그녀들의 대화는
낮에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 잠시 카페에 들렀다. 종종 시간이 생길 때 찾는 카페였는데 카페안이 가득 찰 만큼 유난히 사람들이 많은 날이었다. 항상 고요했던 카페였기에 사람들의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카페 안이 정신없기보다는 생기 넘치는 것 같아 괜히 그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봄이라서 그런가보다!'
카페에 사람이 많은 이유를 멋대로 떠올렸다. 같은 시간에 들르는 카페안에 일주일 사이에 바뀐 건 날씨와 좀 더 따스해진 햇살뿐이었으니!
봄이 그렇다.
가만히 집에 있자니 잠시나마 찾아올 '봄'이 아쉬워 어디든 집 안이 아닌,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나가게 만드니까, 벌써 그런 계절이다.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앉아 여행하는 동안 밀렸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은 꽤나 좋다. 그렇게 집중했던 머릿속이 현실로 돌아오며 가장 먼저 귓가에 들렸던 말은 맞은편에 마주보고 앉은 두 여자의 대화였다.
"그럼 이 날 일정은 괜찮은가?"
"조금 더 찾아볼까? 일본은 처음이라 어렵네..!"
'아, 여행중비중이시구나!'
나도 모르게 잠시나마 그녀들을 바라보고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설레일까? 나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만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만큼은 이미 일본에 가닿있겠지! 여행은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거나 다름이 없으니!
그리고 목소리만 들었을 때와 다르게 생각보다 그녀들의 나이가 많다는 걸 알았다. 일기를 쓰며 목소리만 들었을 땐 이제 막 대학을 입학했을 법한 그런 앳된 목소리였는데, 서른은 훌쩍 넘었을 것처럼 보였다. 여행 이야기를 하며 잔뜩 상기된 목소리를 듣고 멋대로 상상했던 그녀들의 이미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도 어제와 다름이 없었던 일상 속에서 그녀들의 대화 덕분에 잠시나마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 나는 한 시간 남짓 있었던 카페 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소소함이 좋다.
특별함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지만 특별함 못지 않게 소소함이 주는 것들이 좋다. 우치코를 여행하며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것들에 우치코가 특별해졌으니말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임에도 자전거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은 처음처럼 새로웠다.
우치코에는 자전거 도둑이 없을까? 마을안에 수많은 자전거를 만났지만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는 거의 없었다. 괜히 더 따뜻한 마을처럼 느껴졌다.
집에서 매일 같이 보는 빨래임에도 햇살 좋은 날 뽀송뽀송하게 말라가는 빨래들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이런 햇살에 마른 옷을 건조대에서 거둬 바로 입는 기분이란!
게다가 귤이 유명한 마을이라 그런지 마을 곳곳에 귤을 파는 곳이 많다. 심지어 새콤달콤 맛도 좋다. 귤과 오렌지를 모두 닮은 것 같은 귤들!
귤을 한 봉지 사서 걸어가는 길에 평상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귤이 있었다. 귤을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을까? 덩그러니 놓인 귤 하나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동안 우치코가 더 좋아져버렸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햇살 가득한 벤치를 찾아 앉아 귤을 까먹었다.
우치코를 여행하며 만났던
셀 수 없이 많은 자전거도
햇살 좋은 날 뽀송뽀송 말라가던 빨래도
귤을 먹는 것도
우연히 만난 귀여운 강아지도
여행이 아니라도 일상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론 이런 평범하고 소소함이 주는 것들이 큰 행복아닌 이 순간의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지친 하루에 한 번쯤 쉬어볼 수 있는
지친 하루에 한 번쯤 웃어볼 수 있는
지친 하루에 한 번쯤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러니 오늘 하루 중 만난 나의 소소한은 무엇일까? 그 순간을 떠올리며 바쁘고 지쳤던 일상,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