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경력이라고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1년이 넘었을 무렵 나는 이직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이직을 준비했을 때, 사측에서 먼저 연봉협상을 제시했다. 비교적 좋은 조건이라면 남아볼 생각이었지만 나는 3번의 연봉협상을 진행하고 빨리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굳게 들었다.
"내성내만씨 마케팅 부서로 온 지가 9개월이 되었나?"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물류 관리직이었지만, 사수의 추천으로 운이 좋게 팀을 옮기게 되었다)
"네 맞습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연봉을 올려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었어요(웃음)"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9개월밖에 안되었고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는 못 올려주겠네요"
아쉬운 소리를 먼저 하길래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터무니없는 제시액이었다.
제시액을 보고 나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의지를 끊었으며 사수 역시 나를 붙잡고 싶었지만 이후 협상도 만족스럽지 못하여 결국에 이직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생각보다 좋은 연봉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인력, 휴가제도, 연봉 모두가 만족이 되었기 때문에 적응만 잘한다면 이번에야 말로 내가 꿈에 그리던 회사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입사 후 일주일은 문제없이 흘러갔지만 둘째 주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성내만 씨 이거 전 회사에서 해봤죠? 한 번 만들어서 오후 1시까지 전달해주세요~"
자신 있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다른 경력직들은 해봤겠지만 나는 너무나도 생소한 업무였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처음 해보는 업무입니다. 가르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업무를 배웠지만 생각보다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요구하였고 자꾸만 틀리는 나를 보면서 물 경력이 되었다는 사실이 큰 아픔으로 돌아왔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어떻게든 적응을 하기 위해 공부도 해봤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나를 보면서 자아비판에 빠졌다. 퇴사를 하고 다시 배우고 새로운 곳에서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으며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 모두 걱정하게 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지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핑계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신입은 당연히 실수도 많이 하는 게 당연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도 되는 위치지만 경력직으로 이직을 한 나로서는 실수도 적어야 하고, 빠른 업무 적응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대에 걸맞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니까 생각보다 마음속에서 불안감만 증폭되었다.
물경력....
남 일이라 생각했지만 내 일로 다가오니까 정말 무섭다...
전 회사가 밉고, 이직할 회사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안 한 내가 더 밉다.
그렇지만 지나간 일이고 후회해봐야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남은 건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우고 깨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언제쯤 적응해서 제 실력을 발휘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물경력이 있다면 같이 힘냈으면 좋겠다.
물경력이 불경력이 될때까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