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가 또...또..나만..진심이었지...나만..!
주식 단톡방에 갑자기 뉴스 속보가 올라왔다.
이 뉴스를 보자마자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와 이제 나 완전 망했다'였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종종걸음으로 복도로 뛰어나가 바로 증권사 앱을 켰다. 바보같이, 하고 많은 정치 테마주 중에 하필 안철수 테마주를 계속 들고 있던 멍청이가 바로 나였다!
역시나, 속보가 터진 직후 써니전자 주가는 수직 하강하여 하방 VI를 맞은 상태였다. 전날 종가 4,160원보다 거의 1천 원이 넘게 빠진 2,970원까지 찍었다가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 급락한 종목을 잡아 반등 등의 기회를 노리는 매매법)를 시도하는 주주들의 매수세로 3천 원대로 다시 기어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간에 3천 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올라오긴 했으나, 내 평단가인 4천 원대에 비하면 부족했다. 간만에 화면을 채운 시퍼런 폭포수 같은 음봉이 내 마음을 시리게 했다.
사실 탈출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최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가 밀리는 형세가 연출될 때마다 안철수 테마주인 써니전자의 주가가 위아래로 출렁이곤 했다. 나 또한 불안함을 느꼈고, 실제로 어제 안철수 테마주로 보유 중이었던 써니전자 주식의 10% 정도의 비중을 소액 익절 하여 현금을 쥐어둔 상태긴 했다. 그렇지만 어제 과감히 전량을 정리하지 않은 이유는, 써니전자가 작년부터 내게 소소한 수익을 줬던 '좋은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망할 놈의 정...)
난 작년부터 써니전자를 잡아서 중간중간 사팔사팔(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하면서 박스권 매매를 즐겨하며 이미 5~20%의 소소한 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많이 봐 왔다.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새에 어느새 주주에게 있어서 최대의 금기 사항인 '종목과 사랑에 빠져버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최근의 상황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감히 정든 안철수 테마주를 버리고 오세훈 테마주로 갈아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것은 나의 뼈아픈 실책이었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내재가치보다도 테마로 엮인 인물에 대한 내용이 중요한 만큼, 더욱 눈치 빠른 상황 판단과 기민한 대응이 중요한 건데, 이슈를 따라가면서도 마음속에 문득 드는 그 서늘한 감각을 애써 무시해왔다. '대선주는 오래 모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종목을 많이 늘리고 싶지 않다'는 귀찮음에 그만 자주 매매해 왔던 써니전자라는 종목에 대한 익숙함에 너무 쉽게 안주해버린 결과인 것이다. 비록 써니전자가 한때 내게 좋은 수익률을 줬던 종목이었을지언정,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종목이었던 것인데.
심지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건데, 내가 너무 믿었다. 써니전자, 또 나만 진심이었지, 또 나만!
사실 써니전자... 이러고도 못 버렸다. 아직 들고 있다. 손절 못하고 희망을 못 버리고 들고 있는 내가, 내 미련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도록 평단쯤에서의 간절한 재회를 바라는 구남친같아서 구질구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여태까지 정치 테마주에 데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지금도 내 계좌에는 써니전자 외에도 불안 불안한 정치 테마주가 몇 개 있다. 써니전자처럼 작년부터 내가 꾸준히 매집하고 있는 정치 테마주들의 주인(?)들은 대부분 내 정치성향과는 별로 관계없다.(내 계좌 안에서 거의 국민 대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특정 후보의 돌발 행보나 발언으로 인하여 지지율이 떨어지면 계좌가 파래지는 것을 보면,
라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번 써니전자 사태보다 이낙연 선대위원장과 정치 테마주로 더 지독하게 얽힌(?) 사이인데, 최근의 지지율 기사 등을 보면서도 손절을 맘먹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물 타다 보니 어느새 비중이 너무 늘어나기도 했고... 아직 한 방(?)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감이 내 안에서 방을 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위에 써니전자한테 통수 맞은 사례를 쓰면서 실컷 자기반성해놓고 왜 또 이러냐고? 모르겠다. 원래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 않는가. 난 아무래도 앞으로도 또 그의 테마주와 다시 한번 더 지독하게 얽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하나 써보겠다. 아마도 해피 엔딩일지 새드 엔딩일지 결론이 난 다음에 말이다.
이 모든 것은 단지 내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를 다짐이지만, 종목과는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그것도 정치 테마까지 얽힌 종목에는 절대 진심이 되지 말 것! (과연 될까..?)
코인, 국내장, 미국장을 돌리다 보면 그 3개 중 하나는 꼭 말썽을 피운다. 그럴 때 나는 다음과 같이 멘탈 돌려막기를 해왔던 편이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하던가. 모든 좋지 않은 일들은 꼭 한 번에, 연이어, 파괴력을 크레셴도로 더해가며 온다. 오늘 써니전자의 떡락(..)의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코인으로 멘탈 돌려막기를 시도하려던 내게 이런 업비트 알림이 좌르르 쏟아졌다.
코인 시작한 지 비록 한 달 정도밖에 안되긴 했지만 최악의 폭락장이 하필! 오늘! 내가 써니전자한테 털린 오늘 올 건 없지 않은가! 심지어 나는 불과 어제 엠블의 금융 치료 효과에 대한 간증 글까지 썼단 말이다. 정말 이럴 거야? 하는 원망을 해보다가 이내 겸허히 멘탈을 수습해 본다.
곧 미장 볼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