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주식하는 작고 귀여운 마음> 매거진을 만들어 연재를 시작한 지 아직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지금. 충격 고백을 하나 하겠다.
나는 요즘 주식을 보지 않는다.
최근의 내 모든 순간은 오직 코인이다.
모든 순간이 코인이었다...☆ / 출처 : tvN 유튜브
특히 지난 주말, 즉 4월 첫 주 주말의 불장은 정말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손가락이 근질거릴 정도로 돈이 복사되는 꿀장이었다. 코인 판은 토끼 같은 내 심장도 준 야수의 심장 정도로는 만들어 주었기에 도저히 주식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특히 나는 오늘, 바로 이틀 전에 들어간 비트토렌트로 코인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100%라는 수익률을 넘겨봤다.
100% 넘는 수익률을 보고 일부 익절 하긴 했지만, 내 그릇이 작아 시드가 적은 탓에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게 좀 안타까웠던 나는 6.5였던 평단을 아까워하지 않고 과감한 추매를 거듭하여 평단을 9 초반까지 올려놓았다.
여기다 추매를 조금 더해서 지금 평단은 9 초반!
그러고 나니까 문득불안해지는 거다.
'비트토렌트에 김프(*김치 프리미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가격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쌀 때 그 차이만큼을 김프라고 한다.)가 30% 정도 낀 걸 보니 이게 한번 쭉 빠지긴 빠질 것 같은데.. 내 추매한 평단 밑으로 내려가면 어떡하지?'
그렇게 내심 불안해하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20원은 넘을 거 같은데.. 그냥 지금 눈 감았다 뜨면 바로 미래였으면 좋겠다!'
문득 나는 나 자신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의 완결을 기다리지 못해 안달 난 독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 맘이 들 때 있지 않나. 내가 나이 드는 건 싫지만 어떤 콘텐츠가 너무 재미있을 땐 내 시간을 팔아서라도 그 결말은 꼭 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영화로 치면 어벤저스의 <인피니티 워>를 막 극장에서 보고 나온 흥분감이랄까. '아, 또 1년을 어떻게 기다려!' 하며 발을 동동하고 싶은 마음.
다행히 비트토렌트라는 종목에 대한 그러한 나의 번뇌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던 듯하다. 오늘 하루 종일 단톡방 여기저기서 가장 핫한 주제는 '비토(*비트토렌트 줄임말) 지금이라도 들어가? 말아?'였다. 어떤 고점 사냥꾼들은 아래와 같은 심리의 변화 과정을 거쳐 15원 이상 고점에 사서 벌써 물렸다고 한탄을 한 바가지 늘어놓고 있기도 했다.
내가 침팬지라니..우끼! 우끼끼!!
그런 그들에게 코인 단톡방의 사람들은 차례차례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길게 보면 20원 갑니다. 물렸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앱 지우세요.'
'망치 매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친 것처럼 기절한 듯이 앱을 보지 말라는 의미) 하세요!'
'그냥 군대 다녀오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곧 시험기간 아니에요? 중간고사 매매하세요~ (*중간고사 준비를 하기 때문에 코인을 쉬라는 의미. 중간고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쯤엔 이미 올라있을 것이라는 격려도 잊지 않는다.)'
그중에서 나를 가장 빵 터지게 했던 건 바로 아래의 말이었다.
"그럴 땐 보통 한 2년 감옥 다녀오면 100% 올라있다고 하더라고요~"
감옥, 군대, 망치, 수면 등등..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공통되다. 바로 시간과 자유의지의 박탈, 그로 인한 강제 존버. 인간은 어쩌면 이런 강제 사항이 없으면 참지 못하고 돈 벌 기회를 놓치는 나약한 의지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감옥이라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면서도 꽤나 적절한 비유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감옥에 들어가면 규율 잡힌 환경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는데. 주식이나 코인을 하다 과열된 야수의 심장을 진정시키기엔 오히려 그런 좀 사회와 단절된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잠시 나의 스마트폰과 떨어져 신중하게 생각을 거듭하는 나만의 공간 말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혹은 인생에서 한 단계 올라서길 원하다면, 인간에겐 스스로를 어느 정도의 통제와 감금할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즉, 우리에겐 누구에게나 잠시 부자유 속에서 사색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공간, 즉 자기만의 감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르반테스도 감옥에 있을 동안 <돈 키호테>라는 세계적인 명작 소설을 썼는데, 우리는 그 자기만의 감옥에서 '돈 키웠대'도 가능하지 않겠나.
사실 이 글은 오늘 단톡방에서 떠들다가 내가 내 말에 꽂혀서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클래식 애니 명작<마법기사 레이어스>에는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나온다. 바로 주인공들이 구해야 하는 공주 에메로드.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의협심 넘치는 소녀 주인공들의 앞에 나타나 '세피로를 구해줘요'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그녀. 어딘가에 갇혀 있을 그녀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겐 숨겨진 서사가 있었으니..
주인공들의 시선에서 봤을 땐 그녀가 나쁜 빌런에 의해 꼼짝없이 감옥에 갇혀버린 줄 알았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를 감옥에 가둔 사람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한 세계의 기둥으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세피로를 향한 기도에 정진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을 위한 행복만을 원하게 된 그녀가 취한 방법은 자기 스스로를 감옥 속에 가두는 것이었다.
이 만화를 처음 봤던 어렸을 무렵엔 그녀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어쩐지 조금 알 것 같다. 세상에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던가. 오늘만큼은 코인을 하는 나 자신의 작은 일부를 내 마음의 감옥에 가두고 '영차영차' 존버 백일기도만 시켜볼까도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