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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pr 06. 2021

존버학개론

존버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존버하면 크게 먹지



 코인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사실 내가 뛰어들었을 때부터는 지금까지는 코인판이 이미 전례 없는 불장이었다. 심지어는 자기 전에 아무 코인에나 돈을 넣고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돈이 복사되어 있을 정도의 침팬지 파티였달까. 내가 자는 동안 돈이 알아서 불어나서 눈떠보니 돈이 불어나 있는 그 기분이란! 나는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소득 중의 최고는 역시 불로소득'이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코인을 골랐다. 오늘 밤엔 어떤 코인이 나의 돈을 복사해줄까? 어젯밤의 나는 코인 단톡방에서 추천받은 코인 하나,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코인 하나를 골랐다. 왠지 가용 현금이 부족한 것 같아서 나의 작고 귀여운 시드에 큰맘 먹고 100만원을 추가로 부어 넣었다. (그래, 맨날 20만원, 30만원으로 하지 말고 나도 이제 코인으로 한번 크게 먹어보는 거야!)


 그러나 왜 인생의 잔인한 순간은 내가 가장 큰 행복에 취해 있을 때 벼락처럼 찾아오는 것인가. 새벽 3시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꺄륵대다 잠든 내 소녀 같은 가슴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고 켜 본 업비트 앱 화면을 보자마자 시퍼렇게 멍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아침부터 이게 머선129...!!!



 사이좋게 -20%, -10%를 찍고 있는 나의 잡코인들. 어제 잠들 때까지만 해도 오늘 아침에 돈을 최소 20%는 불려줄 것만 같았던 그 잡코인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나를 파랗게 질리게 했다.

 


간밤에 미장 나스닥 지수는 1%가 넘게 올랐다는데, 테슬라도 4% 넘게 올랐다는데!


내가 그런 미장 개꿀장을 포기하고 코인에 올인했건만 결과가 어쩜 이렇단 말인가? 


하늘이시여!!! (feat. 내 가슴에게 미안해)



 사실 아직 코인을 하면서 본격적인 하락장을 겪어보지 못했던 나는 그냥 흐르면 흐르는 대로 두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점점 손실폭이 커졌다...


 심지어는 어제 신나서 인증샷을 남기고 고민 끝에 추매했던 비트토렌트마저 나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이거 정말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니 든든하게 믿고 있던 메디블록 포함 다른 코인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존버 하면 되는 걸까? 그러나 나의 현금은 이미 다 코인들에 몰빵 되어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코인 당 100만원도 시원하게 묻지 못하는 나의 작고 귀여운 좌심방 우심실 사이즈 덕분에 각 종목당 손해는 -2~3만원이었지만, 그것이 점점.. -6만원, -8만원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은 너무도 괴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코인은 하락장이 시작되면 그 바닥이 어디가 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무서웠다. (나비는 수심을 몰라 바다가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다행히 나는 아직 코인을 하면서 원금을 까먹진 않았고, 코인 비중의 1/3을 장기투자용 대표 코인들에 묻어뒀기 때문에 개별 코인이 아닌 총수익률로 따지면 -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만원, 30만원 들고 있는 코인들의 -20%, -30% 수익률에 마치 나의 마음이 무척 괴로워지는 거다.


 코인 단톡방은 이미 비상이었다. 그 공포는 마치... 오랜 태평성대에 익숙해져 전투력이 약해진 왕국의 도시 한복판에 어느 날 갑자기 미지의 적군으로부터 폭탄 하나가 떨어졌을 때와 같은 대혼란이었달까.


 그래도 단톡방의 동지들은 강한 정신력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멘탈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다만 이제 막 코인에 입문한 초보인 나로서는  "돔황챠!" (*'도망쳐'라는 뜻) 와 "존버해!"라는 외침이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대화창 안에서 대체 도망쳐야 할지 존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개별종목 -30% 정도면 코인판에선 별거 아닌 걸까?'

'이거 진짜 하락장 맞나?'

'요즘 반등 잘 주던데 조금만 더 존버하면 금방 회복되지 않을까?'

'그나마 지금 팔아야 그래도 본전이라도 건질 거 같은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결국 오전 9시 업무 시작시간을 기하여 파란 불이 뜬 코인을 전량 손절해버렸다. 아무래도 떨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고, 계속 쥐고 있다가는 점심시간에 시세 확인할 때 내 계좌가 어떤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 들고 가서 기적적으로 장이 금방 회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것들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내내 안절부절못하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면 그건 그 나름대로 내 인생에 엄청난 손해 아닌가? 그래, 차라리 손절하고 다시 잡자. 그렇게 나는 일단 과감하게 손절을 때려버렸다. 오랜만의 패닉셀이었다.  







 최근 건너 건너 알게 된 지인이 있다. 편의상 그를 '루나맨'이라 칭하겠다.


 루나맨은 작년에 처음 100원대에 루나 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매수를 시작한 이후 가격이 떨어져 무려 5천만원이 넘는 손실이 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절대 손절하지 않고 무조건 존버했다고 한다. 루나의 상승 가치를 믿고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루나는 한화 기준 2만원이 넘는다. 수익률이 14,500%를 초과한 것이다.

 


 그는 아직도 루나를 매도하지 않고 보유 중이라고 한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벌써 팔아버리고 싶을 텐데. 100원대에서 횡보할 땐 답답한 마음과, 지금은 수익 실현을 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그의 존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너무 지나치게 힘들 땐 무리해서 존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스스로 극도로 자책하고 힘들어하면서까지 미련하게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도박 같은 코인판에서는, 황급히 '돔황챠' 길을 떠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저런 쫄보!'라고 비웃을 수는 없으니까.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나맨처럼, 뭐든지 어떤 임계점을 넘는 수준으로, 극한으로 존버하다보면 언젠가 한 번은 떡상을 하는 것 같다.


 왜, 최근에 거의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차트 역주행으로 떡상한 '존버의 아이콘' 브레이브 걸스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오늘 아침에 야무지게 잡코인들 패닉셀을 해버리고, 점심때, 저녁때 각각 빨간불 뜨며 잠시 회복되는 장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괜히 팔았나? 물론 오전에 팔았던 몇몇 종목은 일괄 손절 후 예약 매수를 걸어두어 아래에서 다시 잡긴 했지만, 하락장에 벌벌 떨며 쪼개서 분할매수를 하다 보니 오전에 매도 전 가지고 있었던 비중보단 훨씬 적어졌기 때문에 수익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내 안에서 걸무새가 지저귀기 시작했다.



 아까 그냥 존버할걸. 아까 비중이 더 컸는데. 조금만 견뎠으면 더 크게 먹을 수 있었는데!


 너무 지나치게 힘들 땐 누구나 손절과 존버를 고민한다. 정답은 없다. 존버가 너무너무 힘들다면 손절해도 된다. 그러나 존버하면 더 크게 먹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인생은 결국 그 사이의 선택이 아닐까? 그 선택이 나의 그릇의 크기인 걸 거고.  




+



코인 하락장엔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바로 너...갓카오...☆


 100불녀 원칙에 의거하여 이제 1주 불을 타야 하는데 불타는 시기를 액면분할 이후로 할까 액면분할 전으로 할까 고민 중이다. 50만원대 초반 오면 불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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