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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May 26. 2021

기자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신동아 오홍석 기자님께.


신동아의 오홍석 기자님에게.


 전 오늘 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이 글을 씁니다. 저로서도 웬만하면 이런 글을 쓰고 싶진 않지만, 때로는 이렇게 특정한 사람을 저격해서라도 써야만 하는 글이 있는 법이죠.


 오늘 점심시간, 뉴스를 훑어보던 중 우연히 이 기사의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좋지 않은 의미로요.


사회를 바꾸기 전에 기자님 인성부터 바꾸셔야겠는데요




 제가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의 한없이 가벼운 타이틀은 거듭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더군요. 투신, 장례가 이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단어였던가요. 희화화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요?


미쳤습니까 휴먼..?

 

 저 또한 주식, 코인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합니다. 재미있는 짤방은 모아두기도 하고, 투자 전용 부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제 인스타그램에도 그런 짤방과 드립을 올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드립을 칠 때 치더라도 분명 지켜야 할 선은 있는 법입니다.


 일례로, 저는 아무리 폭락장이 와도 절대 '한강' 드립은 안 칩니다. 한강 관련 짤들을 보면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소름이 끼치거든요. 그런 이미지들을 유머로 가볍게 소비하는 행위조차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 제게도 한때 실수를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좀 더 어릴 때는 생각 없이, 그저 어른들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이 재밌어 보여서 '이거 하다 잘 안되면 한강 가야죠~'라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을 때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지인이 게 이런 말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사실은... 제 첫 직장 사수가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는데,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했어요.
그때 많이 충격받아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는 좀 듣고 있기 힘드네요."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그저 '내 주변엔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나와는 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안이하게 농담으로 소비해왔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들을 때마다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패드립 그 자체였던 것이에요. 순간 저의 무지함이, 감히 죽음을 소재로 농담을 뱉었던 그 경솔함이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자각한 뒤로 저는 부끄러워서 한동안 그 지인을 만날 수 없었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절대 한강이나 자살 등, 죽음을 연상하게 하는 인터넷 유행어 등은 입에 담지 않아요. 제가 주식, 코인 투자가 망하거나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해서 감히 그런 것을 소재로 희화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하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지난주, 코인이 일제히 하락하며 모두의 탈을 박살 내는 폭락장이 찾아왔었는데요. '누군가 투신하려고 다리에 서 있는데, 코인 반등 와서 안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짤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왔지만 그걸 보고 저는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어요. 참 신기하죠. 한강에서 목숨을 잃은 한 의대생의 일에는 제 일처럼 분노하면서, 이렇게 투자한 자산이 폭락할 때마다 인터넷 게시판에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으로 '나 지금 한강이다'라며 소주병과 함께 인증숏을 올리고, 한강 수온을 체크하겠다는 둥, 한강 정모를 추진하자는 둥..  다이빙 짤들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어요. 이토록 가볍게 자신의 목숨을 건 농담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휘둘리며 피해를 입는 건 언제나 진심으로 생명을 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자님의 기사의 타이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저는 기자님의 얄팍하고 천박한 상술에 낚여 조회수를 올려줘 버린 저의 실수를 돌이킬 수 없었어요. 기왕 누른 거, 한 번 내용이나 읽어보고자 했지요. 기사를 참 길고 열심히도 쓰셨던데요, 인터뷰도 많이 하셨고요. 공들인 티가 나더라구요. 그런데 읽다 보니 점점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은 무척 자극적이었는데 반해, 본문 내용엔 정작 매운맛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심지어 타이틀에 쓰신 '투신'이라는 단어가 본문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언론정보학과를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압니다. 기사의 타이틀은 단 한 줄만으로도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은 메시지로서 완결성을 갖춰야만 한다고요. 그런데 이토록 타이틀과 내용이 따로 노는 기사는 최근 들어 읽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죠. 기자님이 본문 중에 짧게 언급했던 커뮤니티의 밈을 그대로 타이틀로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오홍석 기자님, 그 표현이 재밌으셨나요?



 솔직히 커뮤니티 등에서는 어느 정도 선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음지 문화니까요. 저도 부러 그것까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홍석 기자님은 그것을 버젓이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헤드라인에 올렸어요. 그것이 기자님의 글의 핵심을 담은 문장도 아닌데, 고작 본인 기사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말이죠.


 기자님이 그토록 정성스레 썼던 기사를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고작 '존버 하면 오르니까 자살하지 말고 버텨라'였나요? 그걸 위해 그 긴 시간을 들여서 저 기사를 쓰신 건가요?


 인터넷 밈에 정통하시고 커뮤니티도 많이 하시는 것 같으니 잘 아시겠지만, '자낳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이죠. 제가 오늘 오홍석 기자님의 글을 보고 떠올린 말이기도 합니다. 본문과 상관없는 커뮤니티의 패드립에 가까운 글을 필터링 없이 타이틀로 잡고, 클릭을 유도하는 이런 게 바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저기요 기자님, 사람 목숨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제발 그 선을 넘지 말아 주세요.
기자가 드립 좀 친다고 해서 하나도 안 재밌고, 안 힙해 보입니다.



 모쪼록 기자님이 이 글을 찾아 읽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업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분으로서 최소한 지킬 건 좀 지키고 살았으면 합니다. 한없는 가벼움으로 글 쓰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부탁이니 앞으로는 최소한의 모럴을 가지고 기사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P.S.


 참고로 저는 '주린이' '코린이'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인스타그램에서는 해당 단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요. 어느 날 읽게 된 아래 기사를 통해 제가 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세상의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가 그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지 간에 제가 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 누군가를 비하하는 말이 된다면 그것은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도 완벽할 순 없는 인간이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심코 그런 선을 넘은 말을 써버리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을지도 몰라요. 그럴 때 누군가가 지금의 제가 기자님에게 말하듯, 제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을 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사과를 할 것입니다.


 신동아 오홍석 기자님, 당신은 어떠신가요?





인스타그램 : @100.fire.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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