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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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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Jan 03. 2022

[10줄 문학] 승부욕은 없지만 게임중독

2021년 12월 27일 ~ 12월 31일

1. 인생과 에스컬레이터의 공통점


인생은 마치 에스컬레이터 상향선을 탄 것과 같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흘러간다.

내 맘대로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한번 올라타면 역주행이 어렵다.

장난치다간 다친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한쪽으로 비켜설 줄도 알아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내려야 한다.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번주면 또 밀어올려지듯 한살을 더 먹게 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 이런 뻘생각이나 하고 있다.




2. 승부욕은 없지만 게임중독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라는 것이 딱히 없는 편이었다.


누군가와 싸울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이거 그냥 너 해' 하고 양보하는 게 더 편했으니까.


근데 이상하게 게임만 하면 그렇게 집착(?)이 발동이 된다. 랭킹 1등을 찍으려고 미친듯이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페토의 퐁퐁 점프 맵에 폭 빠졌다.

1등부터 3등까지 코인을 주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10번 20번 정도 연이어 1등을 독식하다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이 방을 이탈해서 결국 나 혼자 남게 되어버린다.


1등이 좀 뒤바뀌기도 하고 엎치락덮치락하고 그래야 되는데, 누군가 압도적으로 1등을 계속 해버리니 아예 정털려서 방을 이탈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와 오래 게임을 하려면 너무 혼자서만 이겨먹어서는 안된다. 10번 게임하면 3,4번은 져주며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이래놓고도 1등해버리는 버릇을 못 고칠듯한 30대 중반 한량 백수.




3. 2시간


내가 에세이 한편을 쓰고, 그림 하나를 그리는데 투입하는 시간은 보통 2시간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걸 해야 한다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은 보통 하루 이틀 심하게는 한달까지도 간다.


그러니, 큰 맘 먹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막상 결과물을 내고 나면 고작 2시간 정도밖에 지나 있지 않은 시계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고작 2시간인데. 2시간만 맘먹으면 되는데 나는 왜 그 2시간을 온전히 내는 게 갈수록 부담스럽고 힘든 것일까?


뭔가를 시작할 때 '그래봤자 어차피 딱 2시간이면 끝날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담감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뭔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 극복을 위한 시도로 이 10줄문학을 계속 쓰고 있기는 한데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글감이 떠오르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사실 딱 2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건데도.

슬럼프인가...




4. 후레쉬맨


12월부터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글쓰기나 투자 등등 기타 활동이 다소 뜸해졌다.


아무래도 학원에 다니게 되다보니,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것 같았다.


고작 하루에 2시간 수업을 듣는 것 뿐인데도, 이렇게 내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것이 신기하다.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단지 새로운 것을 배우기만 할 뿐인데도 뭔가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아직도 배울 게 있고, 궁금한 게 있고, 알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은 뭐랄까, 인간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 같다.


30대 중반인 내가 다시 대학 신입생이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영어로 대학 신입생을 '후레쉬맨(freshman)'이라 칭한다는데.


처음에는 그것을 듣고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함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서 후레쉬가 아니라, 새로운 것 앞에 선 사람이기 때문에 후레쉬라는 것을!




5. 사진


'취미'라고 자신있게 말하기까지는 조금 애매하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올 때마다 폰카, 디카, 필카, DSLR부터 즉석사진기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찍어두는 편이다.


그렇게 사진들을 막 찍다보니, 어느새 한장 두장 모여서 꽤 두꺼운 부피가 되었다.


별도로 앨범에 끼워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쌓아둘 뿐이지만.


어제는 오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간 같이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거의 20년에 걸친 사진들을 보며,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언젠가 내가 죽은 다음에 이 사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중에 나이들어 죽을 때 나에겐 가족이 없을테고, 누가 나를 그리워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다면 이렇게 찍어서 모아둔 사진들은 내 시체와 함께 태워지게 되는 것일까?


내 사후에 사람들이 나에 관련된 것이라면 작은 조각 하나라도 긁어모으고 싶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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