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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Feb 12. 2022

[10줄 문학] Text and the City

2022년 2월 7일 ~ 2월 11일

1. 피닉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을 때, 가장 좋아했던 마법 동물은 바로 덤블도어의 불사조 폭스였다.


언제나 덤블도어의 곁에 충직하게 머물며, 주기적으로 잿더미가 됐다가 다시 부활하는 멋진 불사조.


보면서 항상 나에게도 그런 불사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오늘은 나와 함께 지낸 반려조의 12번째 생일이다.


평균 수명 8~10년의 작은 새가 12번째의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


작년 생일 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좀 쌩쌩했던 것 같은데, 올해의 생일은 골골대며 맞이했다.


아마도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 생일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왕 이렇게 오래 살거면 불사조가 되어주면 안되겠니, 하고 바라 보지만..


언젠가는 추억 속에서 떠올리게 되겠지.


덤블도어의 폭스처럼, 한때 내 곁에도 나만의 피닉스가 있었다는 것을.




2. 갑자기 웹소설


뜬금없지만,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맨날 말로만 쓴다 쓴다 했지 정작 쓸 소재가 없어서 못 썼는데, 심심해서 보던 유머 사이트에서 웃긴 짤을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


그 짤들을 활용하여 머리 속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조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는데, 허접하지만 웃겼다.


평소에 억지로 생각하려면 죽어도 생각이 안 나더니, 캐릭터에 제목까지 술술 나왔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켜서 제목을 입력한 다음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다.


"나 웹소설 쓴다."


그렇게 첫화가 올라갔다. 세이브 원고도 작성해두지 않았으면서 나는 패기 넘치게 다음 회차 업로드 일정도 같이 적어두었다.


최근의 내 스케줄을 보면 시간이 결코 여유롭지는 않아서 이 무슨 미친 짓을 시전한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재밌긴 하다. 내가 보고 싶은 거, 내 맘대로 써서 완결내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3. 올림픽은 보지 않습니다


요새 여기저기서 올림픽 얘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2월인데 무슨 올림픽인가 했는데 동계올림픽인 모양이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4년마다 돌아오는 연례 스포츠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마치 주변 사람들을 다 올림픽에 뺏긴 느낌이다.


누구를 응원하고 누가 어디로 귀화했다고 시끄럽건 간에,  나에게는 그저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나에게 애국의 soul이 부족한 걸까?


그래도 그나마 백수라서 다행인 점은, 이런 시기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세상에 올림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스포츠 시즌마다 동료들과 관심있는 척 스몰 토크 의무방어를 해야 하는 것이 무척 고역이었다.


이제 자유로운 백수인 나는 말한다.


"저는 올림픽에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4. Text and the City


섹스앤더시티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섹스앤더시티는 내가 주인공 4명 중 그 누구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완주했던 묘한 시리즈였다.


언젠가는 글'도' 쓰면서 살고 싶었던 내게, 캐리 브래드쇼의 삶은 너무도 대책없고 불안정해 보였다. 고정 직업은 섹스 칼럼니스트면서, 뉴욕 명당 아파트에 혼자 사는 캐리의 삶은 마치 K드라마 속 가난하지만 매일 옷과 가방이 바뀌는 여주의 모습 같았으니까.


늘 막연히 아마도 나는 캐리와 다른 삶을 살지 않을까, 사만다처럼은 못 살거고 샬롯처럼 살기를 원하겠지만 결국은 미란다 엔딩일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 최근의 내 모습을 보니, 나는 그토록 불안정해 보였던 캐리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뉴욕 아파트 월세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글을 써서 돈을 받고 있으며, 밤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또 글을 쓴다. 살면서 이렇게 글을 많이 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쩌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살게 됐는지 신기하다.


기왕 이렇게 살거면 캐리처럼 벌면 좋겠는데!





5. 멀티태스킹


"멀티 태스킹하면 치매 온대. 뇌를 계속 최대치로 굴리니까 못 버티는 거지."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매우 뜨끔했다.


요즘 나의 하루는 온통 멀티 태스킹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은 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도, 봐야 할 것도, 소화해야 할 정보도 너무 많은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그러면 또 건강이 상하겠지.


그래서 나는 불가피하게 이 아까운 시간을 이중으로 잡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소설을 녹음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그림을 그린다.


한번에 하나의 일만 하면서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고 시간은 아주 없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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