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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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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Mar 19. 2022

[10줄 문학]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2022년 3월 14일 ~ 3월 18일

1. 개헤엄


얼마 전에 알게 된 작가님의 초대로 한 모임에 가게 되었다.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들 근사한 분들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냈거나,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거나.


혹은 비전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는 그런 열정 넘치는 분들이었다.


자기 소개를 할 때가 왔을 때, 나는 내가 그 분들이 각자 매진하는 웬만한 분야는 다 한번씩 건드려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혼자 투자도 하고, 아트테크도 하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그런데 그 분들은 그 중 하나씩을 매우 전문적으로 하신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접배평자로 멋지게 유영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서 개헤엄을 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이동은 하고 있지만 영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은 느낌?


개헤엄도 헤엄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2. 디어 이탈리아


나에게는 10년도 더 전에 인연을 맺은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이탈리아 알프스 산자락의 작은 동네에 살면서, 개와 고양이를 키웠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이 한창일 때 개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했다. 어쩐 일인지 그 강아지들은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죽고 싶었어.'


이미 70대인 내 친구가 말했을 때,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강아지의 수명, 15년. 그들은 그가 그 시간을 건강하게 살아 버텨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내 손에는 나의 늙은 새가 앉아 있었다. 어쩐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3. 떡볶이의 시대


한때 출판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예언 하나 해본다.


돈 얘기는 이제 시들하다. 아무도 돈 얘기를 안 읽는다.


나 또한 5개월 전에 돈에 관련된 에세이를 썼음에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쟁과 함께 주식도, 코인도 죽었다. 그러면서 벼락부자의 희망도 죽었다.


이제는 다시 인문학 멘토의 시대가 올 것이다. 혹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던 류의 에세이들이 다시 유행할 것이다.


돌고 돌아 다시 떡볶이에 힐링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시류를 타려면 이 기회에 그런 컨텐츠를 좀 써야 하는데, 정작 나는 웹소설만 붙잡고 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4.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예전 무한도전의 무모한 도전 시절을 기억하는가?


쫄쫄이를 입고 황소와 줄다리기 대결을 하던 그 시절, 무도의 최고의 유행어는 바로 이것이었다.


"ㅇㅇ는 저희의 에이스가~아니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용을 써놓고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니까 바로 이토록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다니.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지만, 바로 이 뻔뻔함이 무한도전을 10년 이상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롱런하게 한 비결인 것 같다.


아직 우리에게는 베스트 카드가 남아있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우리는 한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다.


설사 그것이 소와 줄다리기를 하거나, 전차와의 달리기와 같은 비현실적인 도전이라 할지라도.


그러니까 지금 쓰는 나의 웹소설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사실 이번 작품은 내 100%를 담아낸, 찐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에이스는 언제나 이 다음에 준비되어 있으니까.






5. 회춘 말고 회귀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새로운 뭔가가 닥쳤을 때 '나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안될 것 같다'고 지레 포기한다.


자연의 섭리상 노화는 필연이며, 회춘은 불가하다. 그렇다면, 회춘이 아니라 회귀를 하면 된다.


내가 다시 20대가 될 순 없지만, 다시 학생이 될 수는 있지 않은가?


내가 마흔이든, 50이든 간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 나의 호칭은 다시 '주니어'가 된다.


지금 내가 배우는 3D 과정에도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동급생이고, 다시 시작하는 회귀자이다.


새로운 걸 배우는 사람은 계속해서 1학년으로 회귀하며, 젊어진다.


때문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했을 때, 그 그룹에서 내가 나이가 가장 많더라도 주눅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이들수록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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