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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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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pr 23. 2022

[10줄 문학] SOLD

2022년 4월 18일 ~ 4월 22일 

1. SOLD


지난 달에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세계 책의 날 기념 온라인 라이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와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NFT 관련 내용을 말해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근데 저, NFT 하긴 하는데 아직 하나도 못 팔았는데요."

"괜찮아요, 그냥 가볍게 이야기해주시면 되어요."


그래서 주제를 'NFT 하나도 못판 썰'로 컨셉을 잡고, 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LUNABIRD 주간 업데이트를 하려고 Knowhere.art에 들어가보니 가격대가 다른 LUNABIRD가 하나 있지 뭔가?


처음엔 내가 공짜로 드랍해줬던 걸 누가 리스팅한건 줄 알았는데, 히스토리를 확인해보니 한 달 전에 판매된 이력이 있었다!


워낙 소액인데다, 여긴 OpenSea처럼 판매 발생 시 메일이 날아오지도 않아서 내가 몰랐던 것이었다.

하나도 못 팔고 맨땅에 헤딩, 삽질 중인 게 내 NFT 컨셉인데... 딱 한 점이 팔리는 바람에 졸지에 이렇게 그 컨셉과 강제 이별하게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완판 가즈아.




2. 나의 눈부셨던 친구들은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 3가 시작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정주행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게 꽤 즐겁다.


다만, 매번 이 드라마와 소설을 볼 때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잠식했던 한때 눈부셨던 친우들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빛나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벌써부터 시나 소설을 써서 상을 타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내게 있어서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내 글쓰기의 동기이기도 했으니까.


<나의 눈부신 친구>를 보며 나는 그 시절의 눈부셨던 친구들을 다시 생각한다.


가끔은 그들의 이름을 서점에서 검색해 보고 싶지만, 이 나이에 다시 찾아 올 열등감을 버틸 수 없기에 애써 외면한다.


어떻게든 빛나고 있을 그들의 인생에, 굳이 한 무명 작가의 졸렬한 질투심을 묻힐 필요는 없겠지.





3. 내가 운전을 다하고


1박 2일로 여행을 왔다. 꽤나 먼 거리라, 도저히 내 차를 끌고 내려올 순 없어서 렌트를 택했다.


KTX에서 내려서 렌터카 사무실에 갔다.평일 낮이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최신형 렌트카를 빌렸다.


결제하고 키를 인도받아 차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순간. 오랜만에 몰아보는 남의 차에 긴장해서 허둥댔다.


그래도 10년 운전 짬바는 헛된 게 아니었던지, 나는 금세 적응하고 도로로 나갔다. 내 차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뻥 뚫린 도로를 혼자 달리는 기분은 꽤 끝내줬다.


내가 언제 이렇게 다 커서 운전을 다 하고. 그런 뿌듯한 마음으로 나는 봄길을 한참 달렸다.



4. 디지털 노마드,실패


1박 2일로 함안에 다녀왔다. 한 달 살기 하는 지인들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일정을 화수로 잡은 것은 순전히 나의 고집이었다. 직장인들은 절대 못 가는 시간대에 여유롭게 다녀오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나의 여행은 첫날부터 여유롭지 못했다. 웹소설 회차가 밀려 KTX 안에서 웹소설을 써야 했고 온라인으로 학원 강의를 들어야 했다.


문제는 전혀 생소한 3D모델링을 배우는 데다 진도 속도가 장난이 아니어서...원격으로 보면 잘 모르겠는 게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틀간의 강의를 원격으로 들었고, 그 결과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엄청나게 뒤처졌다.


백수가 되면 평일에 맘편히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의 과정이 다 끝나는 여름까진 평일에도 꼼짝 못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절대 수업 빠지지 말아야지.





5. 새능력자


함안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상하게 가는 데마다 새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작은 박새부터 까마귀, 까치에 큰 왜가리까지, 이런 저런 새들이 여기저기서 속속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당연히 서울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새들도 있었다.


무진정에 갔을 때, 아름다운 푸른 빛이 도는 꼬리를 실룩거리며 날아다니는 검고 예쁜 새를 보았다. 나는 태어나서 그 새를 처음 보았지만 왠지 그 새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저건 물까치인 것 같아요."


불쑥 내뱉은 내 말에, 동행한 지인이 스마트폰으로 물까치를 검색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그 새는 물까치가 맞았다.

새와 12년을 살았더니 새능력자가 되어버린 나.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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