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줄 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나 Jul 09. 2022

[10줄 문학] 자유=/=여유

2022년 7월 4일 ~ 7월 8일


1. 찍기의 기술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자전적 만화 <그리고, 또 그리고>를 보면 '찍기 학원'이 나온다.


공부를 통해 성적을 올리기 보다는, 문제를 보고 자체적으로 해석해서 정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더 초점을 맞춰 가르치는 학원이다.


그 에피소드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실은 나도 고등학생 때 이런 학원을 다닌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학원의 이름은 '알고리즘'이었다. 수리영역이 도통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는 결국 여기까지 찾아가고 말았는데...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찍기의 기술'은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생들별로 각자 자신이 자신 있는 영역을 나눠서 그룹 스터디로 '나는 이렇게 찍었다'는 생각의 과정을 알고리즘 도식으로 도출하여 PT를 하기도 했다.


내가 지금 몽상가로 큰 것은 그 시절 그 찍기 학원에 많은 빚을 졌다. 온갖 황당무계한 가설로 찍어도, '맞혔다'는 이유만으로 박수 갈채를 받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내 머리속에서 나온 황당무계한 이야기들로 글을 쓸 용기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마감, 담배, 클라이밍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작가들은 보통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다가 잘 안 써지면 나가서 담타를 가진다던지...


담배는 몸에 해롭긴 하지만, 작가들에게는 어쩌면 담배피우는 습관이 몸에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마감이 있어 앉은 자리에서 9시간 동안 글을 썼다. 단 1시간을 쉬었는데, 사실 이것은 담배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2시간 동안 자세의 변화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흡연보다 나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나.


내가 차라리 흡연자였다면 담배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 중간중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작가들의 생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작은 악으로 큰 악을 막는 것이지.


이상은 내가 9시간의 밤샘 집필 후 클라이밍을 하러 가는 길에 해본 생각이다.






3. 자유=/=여유


나를 '자유인'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으레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자유로우니까, 백수니까 분명히 시간이 많겠지'하고.


시간이 많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잡혀 있는 시간이 없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손에 온전히 쥔 내 시간을 설렁설렁 보낸다거나, 매일 누워서 한가하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나는 특히 바빠서, 요즘에는 급작스럽게 들어오는 안건에 대해 전화 통화 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유로운데 뭐가 그렇게 할 게 많냐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루틴에 따라 정해진 시간 만큼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보냈지만 지금은 24시간 주어진 자유를 내가 마음껏 분배해서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못하면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여유 시간이 없어진다.


'프리 워커'는 자유롭게, 빡세게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것을 나 역시 프리 워커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4. '자'의식 과잉



동생이 취업을 했다. 취업 선물로 출퇴근을 위해 큰 맘 먹고 전기 자전거를 사주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사주면 기뻐할 줄 알았던 동생은 웬걸, 공포에 질려 버렸다.


혹시라도 160만원 짜리 자전거를 누가 훔쳐가면 어쩌냐는 것이다.


비좁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동생으로서는 나처럼 집 안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도 없으니,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야,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이 동네에 비싼 자전거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며. 타고 다니다 보면 자전거 정거장에 세워진 자전거 중에 160만원 정도는 솔직히 별 것도 아니라고.


물론 자물쇠는 중요하지만, 때로는 400만원이 넘는 자전거도 가끔씩 그냥 세워져 있는 이 도시에서 160만원 짜리 자전거로 그렇게까지 불안해 하는 것은 분명한 자의식 과잉이다.





5. 시일야 토르대곡


토르4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나, 왓챠 코멘트란에는 임팩트의 문제로 단 한 줄밖에 게재하지 못했으므로 아쉬운 마음에 여기서 나의 혹평 시안 B들을 풀어본다.


당연히 스포일러 포함이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뒤로 넘기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카 와이티티한테 <웨딩 피치> 보여 준 거 누구냐?


토르와 제인의 <마법소녀 나>


천둥의 신이 내리는 뇌절이 뇌우처럼 쏟아진다.


토르와 40명의 퍼시잭슨


애초에 내가 아이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락음악을 깔고 활약하는 걸 보고 싶었다면 <스쿨 오브 락>을 봤겠죠?


고 이윤기 선생님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이용당하다 끝내 디즈니 키즈로 강등당해 재데뷔한 토르.


문폴이 더 낫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10줄 문학으로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DM으로 편하게 소재나 사연 접수해 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10줄 문학으로 써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줄 문학] 하마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