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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Jul 16. 2022

[10줄 문학] 수고했어 오늘도

2022년 7월 11일 ~ 7월 15일

1. 성실의 이유


사람들은 흔히  창작하는 사람들이 게으를 것이라 생각한다. 느긋하게 뭔가를 기다리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그제서야 작업에 착수하는 느낌.


최근 주변을 다 정리하고 창작자로서의 삶에 올인 중인 나는 그런 환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직접 창작을 해보니, 창작을 하는 자들은 정말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빨리 다 꺼내놔야 하는데 내 손과 체력이 머릿속의 구상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지속가능하게 많이 쓰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규칙적인 생활 또한 중요하다.


얼마 전에 스노클링을 하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 한 <유희왕> 작가처럼, 창작자인 우리는 모두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죽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의 구상을 세상에 완결지어 내놓지 못할까봐 죽음을 두려워하며 쫓기듯이 사는 사람들이 바로 창작자들이다.


오직 나만이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고,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는 내 이야기들을 한정된 수명안에 최대한 밖으로 많이 꺼내놓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소명이고, 혼자이지만 성실한 삶의 이유가 된다.






2. N차


올해 첫 N차 영화가 나타났다. 바로 <탑건:매버릭>이다.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 괜찮은 게 별로 없어서 극장을 나설 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는데...


<탑건:매버릭>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랄 게 없는 완벽한 영화였다.


마이클 스캇의 <Threat Level : Midnight>을 떠올리게 하는 살짝 촌스러운 그 시절 감성까지 전부 의도된 것처럼 완벽했다.


전편과 속편 사이 흐른 36년의 시간조차 거대한 빌드 업이었다는 것을. <탑 건> 시리즈는 시차조차 서사로 품었다.


이 갓띵작 영화를 어서 스크린X, 4DX, IMAX로 다 한 번씩 봐야 하는데 노잼 주제에 IMAX 상영관까지 싹다 가져 간 토르에 화가 날 뿐이다.


정작 토르는 CGV메인에 'N차 뛰기 이벤트'  팝업배너를 띄웠지만, 진정으로 N차를 부르는 영화라면 애초에 그런 배너도 요란한 이벤트도 필요 없다.





3. 잠


요즘 나의 목표는 하나다. 잠을 잘 자는 것이다.


매일매일 일정한 루틴으로 글을 쓰다 보니 느끼는 것이지만, 잠이 정말로 중요하다.


마치 컴퓨터의 전원을 꺼 주는 것처럼, 내 머릿속의 전원도 꺼주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린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는 2년째 공복혈당장애도 판정받아서더욱 더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낮동안 최대한 걷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클라이밍을 하고, 비타민 D와 타트체리를 먹는다.


글은 잠들지 않은 시간에 쓰는 것이지만, 숙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결국은 글쓰는 행위의 일부인 것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 나는 육체적인 에너지 소모도 필수적이다. 백수생활 근 1년 만에 건강에 적신호도 떴으니 앞으로는 매일 헬스장에 갈 생각이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일찍일찍 자고, 루틴을 지켜서 성실하게 사는 백수 소설가의 삶.







4. 수고했어 오늘도


웹소설 투고를 돌리면서 하루에도 2,3통씩 거절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투고 거절은 '반려'라고 하는데, 그 말을 사용하여 이런 상황을 '반려비를 맞는다'고 표현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반려비를 맞다보니 이제는 폭우에도 눈을 어느 정도 똑바로 뜰 수 있을 정도로는 적응이 되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보다도 거절당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연애하다 상대가 나를 거절하거나, 직장생활을 할 때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매번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반려 메일의 홍수 속에서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생각한다.

나의 고생도, 수고도 나만 알면 된다고.


평생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의 허영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나는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5. 탑친자의 하루


탑건:매버릭에 과몰입하여 N차 관람을 뛰는 나 같은 사람을 탑친자라고 부른단다.


나와 같은 게으른 탑친자에게 탑건:매버릭은 굉장한 순기능을 행사한다.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면서, 옆에 지나가는 전철을 보며 탐 크루즈처럼 환하게 웃는다던지.


그토록 하기 싫어하던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글렌 파월이 중얼거렸던 'Montage lasts forever!'를 외친다던지.


전기를 끈 상태로 자전거를 타면서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talk to me'와 'come on!!' 치트키로 이겨낸다.


웹소설 신작과 낭만퇴사 2부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땐 'don't think, just do'를 떠올리며 그냥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어쨌든 결과물이 나와 있다.


특히 'NOT TODAY'는 나 또한 브런치에 그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말이며, 낭만퇴사 2부의 한 에피소드 제목으로 예정되어있기도 하다.


하마터면 나의 한계까지 밀어부치며, 나는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어주는 것을 잊을 뻔했다. 이제 탑건 또 보러 가야지.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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