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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Jul 30. 2022

[10줄 문학] 어른들은 데뷔중

2022년 7월 25일 ~ 7월 29일

1. For Greater Good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회사를 오래 다녀서 정말로 기둥 급이 됐다면 어땠을까?


예전에 회사 생활을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은 이제 다 한 자리(?)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드는 생각은 정말 회사를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 뿐이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 것 철저히 챙기고, 호불호 심하고, 남한테 일을 잘 맡기거나 나눠주지도 못하는 나 같은 타입이 팀장이 됐어봐라. 그 팀은 재앙이다.


거기에 가끔 오는 결혼병 때문에 이제 약간 노처녀 히스테리까지 추가로 한 스푼 얹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여러모로 나는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격리되어 지금처럼 혼자 사는 편이 나은 것 같다. 그게 바로 세상을 위한 더 큰 선이다.





2. 열심과 진심


어제, 한 촉망받는 젊은 웹툰 작가가 안타깝게 별세했다. 


그의 커리어가 한창 탑을 찍고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급작스러운 소식에 타임라인은 슬픔과 애도가 넘쳤다. 나 또한 그 중의 한 명이었다.


K웹툰의 완성도와 속도,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수준이지만, 그뒤에는 누군가의 뼈를 갈아낸 희생이 존재한다.


열심을 다하여 그림을 그려대지만, 그러다 건강에 이상이 와도 쉼없이 달려야만 하는 세계.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한번 시작한 작품을 끝까지 마무리짓고자 하는 진실한 자세라면, 그와 동시에 지나친 열심을 요구하는 것은 조금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심은 지나쳐도 결코 모자람이 없지만, 열심은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제때 쉬지 못하는 사람은 지속 가능한 창작 생활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마음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3. 어른들은 데뷔중


"데뷔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나이 먹고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조금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릴 땐 생각했다. 데뷔든, 등용이든, 기회든 젊고 반짝이는 어린 시기에 잡아야 의미가 있다고.


그렇지만, '데뷔'란 원래 어떤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한다는 뜻이다.


이직을 하고 전직을 하고 부캐로 그간 품어 왔던 꿈을 펼치는 모든 어른은 다 데뷔 중인 것이다.


나이가 몇 살이어도, 사람들은 항상 데뷔를 꿈꿀 수 있다. 언제든 그 방향을 틀 수 있는 인생처럼.


그러니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심경으로 매일매일 무료 연재 사이트에 소설을 올린다. 


데뷔 못하면 죽는 병에 걸린 것 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안에는 꼭 데뷔를 하리라.





4. 수정궁


웹소설 출간 계약 후 수정궁에 틀어박혀 있다. 


초고를 정리하고, 수정하고, 이젠 됐다 싶으면 또 수정하고 있다. 


이런 수정 지옥 속에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소설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묻따 초고 갈길 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는 걸...


소설가의 진짜 일은 편집자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내 소설을 프로페셔널한 독자의 입장에서 리뷰해주고 분석해주고 개선점까지 제시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렇지만 다 써놓은 글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하는 건 정말로 토가 나온다.


 이래서 작가들이 수정궁 수정궁 하는 거였구나 싶다.


그래도 얼른 수정궁에서 벗어나서 신작을 갈기고 싶다는 간절함이 뚜렷해지는 건 나름 좋은 효과.


제발 이번이 마지막 수정이길...ㅎㅎ





5. 운동이 먼저


요즘에는 계속 혼자 일하는데, 작업 스케줄을 정해두고 2시간씩 끊어서 집중 작업을 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저녁에 2시간만 일한다. 시간은 2시간짜리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하나 틀어놓고 잰다.


그런데 어제는 예기치 못하게 치과 진료가 길어져 오전 시간이 통으로 날아가 버렸다.


치과에 누워서 나는 생각했다.


아 오전 작업시간 완전 날렸네. 오늘 운동 쉬고 오후에 4시간 작업할까?


그렇게 생각하고는...바로 헬스장에 갔다.


몸을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돌게 하는 것은 글쓰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사전 작업이자,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한 습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겐 운동이 먼저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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