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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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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ug 06. 2022

[10줄 문학] 5천자 vs 5천원

2022년 8월 1일 ~ 8월 5일

1. 오피스를 시작하며


최근 계속 혼자 밥먹는 일이 많아서 다시 짧은 컨텐츠를 보게 됐다.


식사 시간을 고려하여 20분 짜리 드라마나 시트콤을 간잽이 해봤지만 다 마땅치가 않다.


결국 친정집 같은 <디 오피스>로 회귀하여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지금 내가 창작 모드이기 때문에 뭔가에 빠져서 덕질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디 오피스>는 시즌이 9개나 되는데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신기할 정도로.


물론 이것도 마지막으로 N차 뛰었을 땐 팟캐스트 <오피스 레이디>로 트리비아까지 정주행 하면서 과몰입하긴 했지만....


처음 <디 오피스>를 봤을 때의 난 대학생이었는데, 그 다음에는 직장 다닐때 봤고. 이젠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온 백수가 되어 다시 본다.


앞으로도 살면서 한 10번은 더 정주행하고 싶다.





2. 마지막 칼럼


오늘은 그간 기고해 오던 매거진 칼럼의 마지막 원고를 쓰는 날이다.


원인은 소재 고갈.


원래 그 칼럼은 재테크 에세이를 낸 다음에 섭외 받은 칼럼이라, 재테크 섹션에서 쭉 연재해 오던 글이었지만 점점 소재가 고갈되기 시작했다.


내가 재테크를 더 이상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NFT에 대한 관심도 아직 있고 관련된 활동도 계획 중이지만 그것은 '재테크'는 아니니까...


그리고 본격 연재 노동자의 삶을 살다 보니 아무리 유료 칼럼이라고 하더라도 A4 1~2장 짜리 칼럼을 쓰는 단 2시간이라도 뺏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


이런 말 하면 내가 웹소설 유료 연재로 돈 벌어먹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고 그냥 무료 연재 중이다.


기를 쓰고 5천자, 1만자씩 써서 올려봤자 단돈 100원도 돌아오지 않는 글을 위해, 그나마 한 달에 일정 금액이나마 들어오고 있던 수입을 거절한 것이다.


누가 볼 땐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만큼 웹소설에 100%를 투입하고 싶다.


0원을 벌더라도, 시간이 더 소중한 그런 타이밍이니까.





3. 저글링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웹소설 작품 1 출간 준비를 위한 퇴고 및 외전 작성과 신작 에피소드 일 5천자 이상 쓰기. 여기에 더해 주 1회는 브런치에 연재하는 낭만퇴사를 쓴다.


이 3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은 마치 공 3개를 두고 저글링을 하는 것과 같다.


여러 가지 글을 한꺼번에 써야 하는 상황이 버거울 듯하지만, 의외로 바로 그 한꺼번에 써야 한다는 사실이 도움이 된다.


일도, 인간관계도 지독한 회피 성향인 나로서는, A에 치이면 B가 좋아보여서 그리로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 딱 맞는다.


퇴고를 하다보면 아 새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새 글을 쓰다 보면 또 퇴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2,3인용 게임을 혼자서 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래도 저글링을 할 땐 역시 공은 3개 정도는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1개는 너무 적고, 2개는 약간 아쉽다.





4. 묘하게 긍정적


매일 매일 웹소설의 새로운 회차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방식으로 '재미있는 부분에서 끊는다'가 잘 안되는 나는 매일 새 에피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작업한다.


그 부담을 이겨내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렇지만, 매번 글이 막힐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뭐 어떻게든 써낼 순 있겠지만, 어쩐다.'


이렇게 뭔가가 잘 안 될때마다 '난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겠지만'을 먼저 생각하고 뒷 내용을 생각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냥, 그 말을 먼저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므로.


태생이 비관적인 성향인 난 아무리 노력해도 긍정충은 될 수 없겠지만...


딱 이 정도로만 묘하게 긍정적인 것만으로도 세상은 좀 더 버틸만 해진다.


긍정의 힘을 과소평가했던 것을 반성한다.




5. 5천자 vs 5천원


복권에 당첨되고 싶어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매일같이 간절히 신에게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어느날, 신이 듣다 듣다 못해 한 마디 했다고 한다.


"아들아, 일단 복권은 좀 사고 기도를 해야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느냐?"


세상에는 글을 써서 유명해지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라이징하는 웹소설을 보며 질투하고 '나도 저 정도는 쓸 수 있는데'하며 내려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당장 글을 쓰지 않으면서 남의 작업물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복권을 사지 않고 당첨만 질투하는 것 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로또에 당첨되려면 일단 5천원을 주고 로또를 한 장이라도 사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든 콘텐츠가 '대박'이 터지길 원한다면, 마치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매일 5천자씩 써내는 행동이 필요하다.


당장 당첨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습관처럼 꾸준히 쓰며 가능성을 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절대적이니까.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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