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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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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ug 20. 2022

[10줄 문학] 못할 것 같아요

2022년 8월 16일 ~ 8월 19일


1. 못할 것 같아요


나에겐 근자감이 있다. 웬만한 거는 뭐 해보면 할 수 있겠지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그래서 혼자서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나를 믿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삶은 좀 외롭다.


그래서 최근 나는 웹툰 학원에 갈 때마다 이 말을 달고 산다.


"선생님 저 이건 못할 것 같아요."


나의 선생님은 꽤 엄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꾀를 부릴 때마다 엄격하게 차단한다.


"아뇨, 하실 수 있어요."


그 단호한 말에 마스크를 쓴 내 입꼬리가 삐쭉 위로 올라간다.


오늘도 나는 엄살을 피운다.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남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싶으니까.






2. 스불재


웹소설 작가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스불재'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이라는 뜻이다....


웹소설을 쓰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지금 쓰는 작품 외에 차기작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누군가는 동시 연재를 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내 손가락은 10개밖에 안되지만, 새 작품을 빨리 써내고 싶다. 이 개쩌는 아이디어를 세상이 봐줘야 하는데 내 안에 묵히기가 너무 아깝다.


심지어 내가 작품 준비하던 도중에 누군가 이 소재로 들고 나타나면 어떡하나?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와 비슷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이라도 할라치면 이 조급증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얼른 기존작 완결치려고 하루에 몇만자씩 쓰면서 손을 혹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말 스스로의 욕심이 불러 온 재앙이다...!





3. 왔노라 보았노라


탑건 용아맥 예매에 성공하여 보고 왔다.


중앙 블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번 관람이 탑건 5회차였던 것 같다. 탑건에만 10만원 썼다는 얘기다.


용아맥 의자에 몸을 묻으며 나는 생각했다.


일반 상영관, 스크린 X, 4DX에 스피어 X까지 봤는데 이건 좀 과하지 않나?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하고 Kenny Loggins의 Danger Zone이 흘러나오자마자 나는 또다시 탑건 뽕에 제대로 취해 버렸다.


5회차면 딱히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도 또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비행 장면에서 배우들의 헬멧에 비치는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한 번 더 보고 싶으니 CGV는 어서 탑건 매버릭 용아맥 을 더 풀어주길 바란다.





4. 나사구멍 잡기


내가 다니는 암장에 최근 밸런스 문제가 새로 나왔다. 손 홀드 없이 몸의 균형을 잡아 벽에 딱 붙듯이 전진해 가야 하는 유형의 문제였다.


그 문제에 여러 번 떨어지고 좌절하고 있는데, 암장에서 자주 보는 한 학생이 그 문제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 학생은 벽의 나사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 전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명백한 반칙이었지만, 그래도 그걸 보는 내 머릿속에 반짝 하고 불이 켜졌다.


다시 올라간 나는 벽에 서서 일단 나사 구멍에 손을 넣고 올라갔다.


나사구멍을 잡고 완등을 해낸 나는 다시 내려와서 돌 위에 섰다. 이번에는 나사구멍 없이도 완등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올라가고 나면, 몸이 그 감각을 기억해낸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에 나사 구멍이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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