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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Sep 29. 2019

미안해하지 마세요

나의 취향이 누군가에겐 거슬림이 된다 해도.

 

"열일곱에 해야 할 양갈래 머리를 서른일곱에 하고 나와서 죄송합니다."



 오늘 아침 확인한 기사 중,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게 한 기사 있었다.


https://m.news.nate.com/view/20190928n15871


 가수 별이 서른일곱 살에 양갈래 땋은 머리를 했다는 기사에는 그녀가 SNS에 올렸다는 셀카와 함께 SNS에 함께 올라온 글 - 본인이 양갈래 머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이 ‘죄송합니다’라는 표현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대한민국에 서른일곱 애 엄마가 양갈래 머리를 하면 안 된다는 ’양갈래 금지법’이라도 있었던가? 2000년대 초반, 중,고등학교에 두발 제한이 있었던 시기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에는 특정 나이와 성별에 따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헤어스타일이 규정되고 있었다는 것인가?


 반 정도는 장난스러운 뉘앙스긴 했지만, 그녀가 사진을 올리면서 사전에 자기 자신을 방어하려고 덧붙인 ‘죄송합니다’라는 자기 비하성이 가득한 사과에서는 어떤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이 묻어났다. 나도 민망하다고. 그러나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었으니 이해해달라고. 안되는줄 뻔히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니까 ‘자수’한 본인을 너그러이 정상 참작하여 조금만 덜 물어뜯어 달라는, 체신머리 없이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본인을 물어뜯으려 드릉드릉거리고 있을 모니터 밖 미지의 대중에 대한 슬픈 ‘자진 납세’였다.






 젊어 보이려고 ‘발악’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 문장에는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의 뉘앙스가 묻어 있다. 다분히 누군가를 위축되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조롱하는 한 편에는 ‘젊어 보이는 외모’에 대한 끊임없는 선망을 쏟아내는 미디어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때마다 TV에서 ‘동안 선발대회’를 하고, 최근에도 매일같이 올라오는 기사들은 ‘OOO 세월이 무색한 방부제 미모’ ‘애엄마 맞아? OOO’, ‘20대라 해도 믿을~’ 등의 헤드라인으로 ‘젊어 보이는 외모’를 선망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젊어 보이는 것은 선망하면서, 젊어 보이려고 하는 것은 ‘발악’이라고? 아니, 애초에 젊어 보이려고 원피스를 입고, 어린애들이 입는 브랜드를 입고, 양갈래 머리를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인가?

 그저 단순히 그 옷이 예뻐서 입고 싶은 것뿐이고, 그 머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난 패션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 지식은 쥐뿔도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옷 입기’에 대한 철학은 있다. 패션은 자기표현이고,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나이가 제약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패션 흐름은 ‘성별 간 경계’를 허물겠다며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를 추구하는데, 나이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유연성은 왜 추구하면 안 되는가? 왜 특정 브랜드는 ‘틀딱들이 입는 브랜드’라며 무시를 당하거나, 특정 브랜드는 ‘내가 입으면 어려 보이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지우느냐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멋지게 패션을 소화하는 사람도 많다.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80에 가까운나이에도 10대들이 입는 펑크 록 패션을 멋지게 소화한다. 배우 윤여정 또한 70대 ‘패셔니스타’로 유명하기도 하고.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나이에 맞게 입으라'라고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서른이 넘었지만 최근에도 양갈래 머리를 종종 한다. 운동할 때 주로 머리를 묶게 되는데, 히피펌으로 부하게 부푼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고정하기엔 자꾸 흘러내려 불편하고 등에 땀이 차기 때문이다. 겅충한 앞머리에, 양갈래 머리에, 영 스포티 브랜드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젊어 보이려고 발악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흉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난 이게 편하고, 좋으니까. 적어도 내 양갈래 머리에 대해서 난 아무에게도 ‘죄송하지’ 않다.


 사람들이 패션에 있어서 과도한 자기 비하나 검열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패션 꼰대가 되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제약을 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나이가 서른이 넘었든, 마흔이 넘었든, 내 눈에 예쁘면 입는 거다. 그 자유는 내게도 있고, 다른 누구에게도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스타일링을 한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민망해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잖은 패션 오지랖을 부리는 패션 꼰대들은 그냥 무시하자. 

<동백꽃 필 무렵>의 덕순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대로!


동백 : 이거 너무 짧아요? 무릎이 다 나와서..ㅎㅎ
덕순 : 아 넘 눈치 보지 말구 여시토깽이처럼 입고 댕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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