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뮤 Dec 07. 2023

12월, 어그 부츠를 꺼내야 할 때

겨울 소녀가 되고 싶다면

그때만 해도 몰랐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배우 임수정이 신고 나와 유행 되었던 어그 부츠가 이렇게 오래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어그 부츠는 겨울 추위를 나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 같지만 사실 한여름 해변가에서 시작됐다. 호주와 뉴질랜드 해변가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Surfer)'들이 신는 양털 신발이 어그의 기원이다. 서핑 후 해변가의 모래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기 시작했는데, 양털은 온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 기후에 상관없이 신을 수 있어 한여름부터 한겨울에도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들에게 안성맞춤의 신발이었다.


그러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파도타기가 취미였던 호주 출신의 회계사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를 통해서다. 그는 미국의 서퍼들이 양털부츠의 존재를 모르는 것을 보고 호주에서 양털 부츠를 가져와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신고 벗기 편하도록 다소 투박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어그'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방영 이후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지만 그 과한 투박함에 영의정 신발이라고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크록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아이템이었던 어그 부츠. 그러나 이제는 20여 년 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겨울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어그부츠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코 따뜻함이다. 부츠 안쪽이 양털로 덮여 있어 보온성을 겸비한 것은 물론 맨발에 신어도 물집 하나 잡히지 않는다.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은 양털 덕에 땀도 차지 않는다. 사실 가죽부츠는 강해 보이는 외관만큼 따듯하지는 않다. 특히 롱부츠는 발목을 잡아주지 않기 때문에 오래 걸으면 발에 피곤함이 누적된다. 그러나 어그부츠는 오래 걸어도 발에 통증을 주지 않는다. 쉽게 신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출근이나 아이 등원으로 아침이 바쁜 여성들에게 편한 부분이다.


어그 부츠의 또다른 매력은 귀여움에 사랑스러운 무드를 갖춘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표독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둥글둥글한 어그 부츠를 신고 있으면 어딘가 사람이 귀여운 것 같고, 허술한 매력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러블리해 보이고 싶고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싶을 때도 어그 부츠를 권한다. 요새는 모양새도 한층 다양해져 고르는 재미가 더해졌다. 슬리퍼 스타일부터, 발목 길이가  낮은 것, 높은 것 등으로 다양해졌고, 크록스의 지비츠처럼 다양한 모양의 액세서리들로 꾸며진 어그도 많아졌다.


어그 부츠를 가장 클래식하게 소화하도록 해주는 것은 포근한 스타일링이다. 노르딕 패턴이 들어간 니트 스웨터나 카디건에 루즈한 핏의 트레이닝팬츠 또는 니트팬츠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으면 편안하고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겨울룩으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nayoungkeem


여성미를 좋아한다면 무릎 아래선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에 매치하는 코디를 제안한다. H라인 스커트보다는 살짝 풍성한 느낌의 스커트가 더 어그의 매력을 배가 시킨다. 상의는 같은 칼라의 후드 티셔츠나 스웨터를 매치하면 시크한 매력까지 풍길 수 있다. 이미 날이 추워졌지만 늦가을이나 초봄에는 맨다리에 화이트 삭스를 착용하고 어그를 매치해 보시길. 한 끗 차이로 달라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vogue


어그 부츠는 특유의 둥근 앞코와 뭉툭한 실루엣으로 그림동화책 속 겨울 소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겨울 소녀는 아무래도 키가 너무 큰 것보다 약간 작은 체형이 어울린다. 때문에, 수많은 패션 아이템 중 키가 크지 않은 여성들의 매력을 배가 시켜줄 몇 안 되는 아이템이 바로 어그 부츠가 아닐까 싶다.


겨울 소녀 룩은 설원과 절대적인 조화를 이룬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어그 부츠에 체크무늬 스커트, 두툼한 털실로 짠 스웨터를 입고 밖으로 나가보자. 나이가 몇이든 이렇게 입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소녀가 되었을 것이다. 룩도 마음도 소녀 감성으로 충만해졌다면 흰 눈밭에서 손나팔을 만들어 크게 소리 질러 보는 거다.


오겡끼 데쓰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오겡끼 데쓰까~


혹시 아나. 펄럭이는 흰색 커튼 뒤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한 미소년이 성큼성큼 걸어 나올 줄도 모를 일이다.


미소년을 만나든 못 만나든 집에 돌아와서는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 주고 그늘에서 바짝 말려준다. 그렇지 않으면 습기에 약한 어그의 뒤꿈치가 뭉개지거나 뒤틀리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자, 이제 스타일링법과 관리법까지 알았으니 겨울 소녀로 변신하는 일만 남았다. 미소년을 만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메인사진 - UGG 홈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