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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Jun 22. 2022

연못 위의 조각품

장미셀 오토니엘


나는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 등으로 사람이나 상황을 기억하는 편이다. 그래서 뭉툭하지만 나름의 섬세한 추억을 갖는다.


장 미셀오토니엘의 작품은 그런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는데, 20대 초반 아무것도 모르고 매년 홍콩에 아트페어를 다니던 때에 작품을 마주했다. (아트 바젤 홍콩이 들어오기도 훨씬 전,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낯선 홍콩의 화려한 빌딩 속을 거닐며 쭈굴 해질 때로 쭈굴 했던 대학생. 돈도 없고 낯선 환경과 위압적이 까지 했던 화려함에 위축되었지만 괜찮은 척 아침부터 갤러리가 문을 닫는 저녁까지 바쁘게 전시를 보러 다녔다.


이번 덕수궁에 전시된 야외 조각품은 화려하다기보다 유니크했지만 내가 처음 봤던 오토니엘의 작품은 화려함을 넘어선 어떤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 느꼈었다.


그런 이질감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신기한 동화 속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유리 조각품이 건물의 반을 차지하고, 신데렐라 동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화려한 목걸이가 쓰러지지도 않고 서 있는 모습이 진짜가 아닌 가짜의 어떤 상황 속에 있는 것 같아서 묘했다.


홍콩의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이게 바로 홍콩이구나!' 느꼈다. 그래서 내게 홍콩은 화려하고 위압적인 기분과 동시에 신기하고 창의적인 궁금한 도시로 기억된다.


홍콩의 화려함 만큼이나 화려했던 조각품이 서울에 왔을 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사람들을 맞아주었다. 서울의 한 복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덕수궁 연못 위에 떠 있는 작품은 정말이지 무척 아름다웠다.


홍콩이 신데렐라라면, 서울은 콩쥐팥쥐 같은 느낌이었달까. ㅋㅋㅋ


덥고 습한 여름의 시작에, 퇴근 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연못 앞 카페에 앉아 작품을 구경했다. 홍콩에서 느낀 분위기와는 달랐지만 동일하게 동화 속에 있는 기분이 좋았다.


여유 있게 야경을 보고 귀가하고 싶었으나, 퇴근 후에도 계속되는 알람을 무시할 수 없어 덕수궁 벤치에 앉아 밀린 알람을 모조리 해결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립 미술관의 전시는 또 한 번 시간을 내서 가보는 것으로, 또 다른 동화 속 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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