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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Aug 20. 2022

전시회를 끝내며 한국미술시장을 가늠하다

전시 후기

전시가 끝났다. 이번 여름 전시는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깨달았으며 성장한 시간이었다.


한 달간 전시에 유료관객이 1000명에 달했으며, 오프닝 및 초대 관람객을 포함하면 15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은 셈이다. 단 한 달간. 또한 전시된 작품은 거의 다 판매되었고, 작품 판매액은 억 단위를 찍었다.


전시는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도 아니고 한 여름의 폭염과 유래 없는 집중호우로 잦은 폭우가 있던 7-8월에 진행된 전시라는 점, 대형 갤러리가 아닌 올해 오픈전시를 시작한 중소형 갤러리에서 이 정도의 흥행을 이뤄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한 나 자신이 가장 놀랐다.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예술적 소양과 소비규모는 한 단계가 아닌 여러 단계가 급격히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장을 지켜보는 내내 얼떨떨했고 한국 미술시장을 이렇게 얕보았나 반성을 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미술계를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시장규모로만 작가와 작품과 전시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국 미술시장이 1조 원이 아닌 3조 원까지의 성장이라는 예측이 체감할 정도로 설득력이 갔다. 이 정도의 성장 속도라면 세계 3대 옥션 회사가 국내 진출을 하는 게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 국내 유통사의 미술사업이 본격 행보에 시동을 걸 적기라는 타당성이 입증된다고 본다.


사실 우리 갤러리는 일반적인 갤러리와 다른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에 나는 이 한 달의 전시가 육체적으로 무척 힘이 들었다. 또 예술의 진입장벽이 갑자기 허물어졌기에 막 예술에 소비를 시작한 사람들은 미술관과 갤러리, 옥션, 아트페어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무리한(혹은 무지한) 요구와 서비스(?)를 당연히 내놓라는 태도에 설명을 드려야 하는 것도 꽤나 큰 체력소모였다.


하지만 나는 전시 내내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할 수 있어 의미 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누가 왜 작품을 사는지, 작품을 사는 방법과 채널을 얼마나 알고 이용하는지, 작품을 사지는 못하지만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인지... 힘들지만 역시 현장이 좋은 이유가 가장 가까이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돌고 돌아 내가 왜 이런 경험들까지 해야 하나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나도 이 전시를 통해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지금의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수많은 경험이 내 인생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고, 그것은 결코 누구도 흉내 내거나 뺏을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에 동의가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을 획득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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