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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Oct 17. 2022

문화도시가 되려면

소음공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해

처음 대만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을 살펴볼 만큼 충격적이었는데 바로 "너무도 조용하다"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을 중국에 살다 온 나에게는 대만의 대중교통, 미술관, 길거리의 고요함이 낯설면서도 신기했고 먼 과거의 어느 날, 영화 속 한 장면에 홀로 들어온 것 같은, 그 생경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대중교통 안 사람들은 핸드폰이 아닌 책을 보고 있었고, 미술관 관람객들은 그저 조용히 그림만 감상했다. 동네 어귀를 걸어 다닐 때는 나뭇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으니 대만에 있는 동안 나는 고요함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았고 도시가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타이베이에 비해 서울의 도시규모가 크다고는 해도 그래도 서울은 너무도 시끄러운 도시다.


내가 출퇴근을 하는 서울역, 시청, 광화문, 청계천 일대만 해도 시위와 여러 행사들이 매일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


지하철 안의 안내방송은 지나치게 크고, 미술관 안은 인생 샷과 인증샷을 건지기 위한 여러 소란들로 작품 감상을 방해한다. 길거리의 차량도, 여러 판촉행사들의 쿵쾅대는 음악도,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도 지나치게 크다.


그저 조금, 그저 잠깐 시끄러운 것이 아닌 공해라 느낄 만큼인데도 우리 사회는 도시의 소음공해에 대해 너무도 무심하다.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표상 한국사회는 이미 선진국이 되었지만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선진화된 사회인지는 갸우뚱할 만큼 소음에 미안함이 없고 부끄러움을 모르며 공해임에도 지나치게 관대하다.


조금만 소리를 줄이면 생명의 미세한 소리가 들리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보인다. 조금만 소리를 줄이면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한국의 정서 때문인지 소리 칠 자유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느끼면서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자유는 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조용한 서울의 삶은 너무 큰 꿈일까.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일상을 꿈꾼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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