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은 아름다워 Mar 24. 2023

그림감상의 즐거움- 독점보다 공유

신경미 <과물의 욕망> 展

나는 미술계에 종사하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림을 사서 집에 걸고 싶다는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물론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님들이 많지만, 우리 집에 걸어두고 독점 소유하며 그림을 자랑하며 뽐내고 싶다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의 아름다움과 감동이 공유되는 것이 훨씬 더 큰 기쁨이며 필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공간에 외로이 그림이 있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눈길과 머무름이 작품에게는 훨씬 더 큰, 더 긴 생명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술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미술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이 마땅하며, 나도 어느 때나 마음대로 그림을 볼 수 있는 환경, 즉 소유하고 있다면 또 다른 행복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각설하고, 그런 나에게 오늘 신경미 작가님의 개인전은 전시를 보러 가는 길부터 전시장에 도착해서 전시장을 나오면서 내내 너무너무 행복했고, 올해 본 작품 중에 가장 나를 설레게 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있으면 좋겠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에게 꼭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이런 기분이 들어 오랜만에 흥분하며 전시를 본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 이 작품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그간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기를 끈 작가는 너무 잦은 전시로 인해서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가치가 훼손(?)된 것 같다고 느꼈다. 작품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고 너무 많은 플랫폼에서 너무도 비슷하게, 너무도 잦은 전시가 익숙하다 못해 지겹게 느껴지는 중 새로움이 처음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로움은 어차피 익숙해지면 마음이 식을 수 있지만 작가님은 본인의 삶과 환경과 상황을 본인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신 점이 보는 나에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공감이 되었다. (공감이 되었다는 표현보다 마음이 전해졌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간, 상황 그 어떠한 감정들이 작품 속에 담담히 담겨있으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나의 정체성이 부모님으로부터 얻어진 뿌리와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뿌리내린 그 사이의 간극들이 작품에 무겁지 않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산뜻함이라고 느꼈고 그러함이 되려 훨씬 현대미술 다워 좋았다.


그림 앞에서 낯설은 호기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작가님의 과거의 작품과 인생을 찾아보며 작품들 이해할 수 있음이 나는 참 좋다. 이런 게 바로 그림을 감상하는 기쁨이며, 예술이 주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멀리 작품을 보러 온 보람과 행복이 큰 하루였다.


더 많은 작품들과 작가님이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알고 싶다는 이기심(?)을 안고 집에 왔다.


신경미 <과물의 욕망> 展

전시는 4월 15일까지,

한남동 VSF에서.


작가의 이전글 이직 한 달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