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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Jan 07. 2023

이직 한 달 차

프로 이직러의 다짐

유통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면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하느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죽했으면 9시 30분만 되면 잠이 들었고, 7시 30분에 집을 나가는 군기 바짝 든 이등병 생활을 했을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게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약간의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이직 후 처음으로 주말 오전 마음 편히 운동도 하고 사색도 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중이다.


언론사와 국공립 미술관, 상업갤러리를 거쳐 유통사에 오니 각 회사의 특성과 소속원들의 태도 차이를 보는 것도 나에게 꽤나 쏠쏠한 재미다. 기대보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 특히 회사라는 공동체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욕심과 기대치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되, 그저 어제의 나보다는 나은 내가 되는 작은 목표만 가지기로 했다.


각기 다른 산업군에서 미술을 사업으로 풀어낼 때 그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으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었다. 백화점에서 미술사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애초부터 많이 고민하고 입사했지만, 여러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만나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하면 그만이다. 매일매일 문제를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 쓰는 일이 즐겁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태도를 배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백화점이 왜 미술을, 어떻게 미술을 다뤄야 하는지 고객과 시대에 어떤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결국 내 일이라는 게 행복한 요즘이다.


하지만 한 달간의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처음의 설렘과 들뜬 마음은 많이 걷어졌다. 실망했다기보다 차분하게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지금의 담담함이 훨씬 좋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거품 없이 확인하고 준비하면 되니까 말이다.


회사의 네임벨류에 만족하며 적당히 직장 생활을 할 생각은 없다. 유통사에서 어떻게 미술을 산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적용해보고 구현화해 볼 수 있기를, 그 때를 기다리며 조금씩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도 해소가 된다.


이직 사실은 아주 가까운 몇몇에게만 전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우려 섞인 묘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우리 사회에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어떤지 여실히 느꼈으나 나는 우리 회사를 더 좋아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대표님의 말씀을 믿으며, 나는 열심히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일개미가 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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