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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Jul 14. 2023

당신의 서른, 나의 서른

Curator's letter 03

[Curator's letter 03] Home : 당신의 서른, 나의 서른


애정을 꾹꾹 눌러 담으면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래서 자꾸자꾸 다시 살피고, 내 마음을 글에 온전히 담을 수 있을지 주저하게 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두 발짝 뒤로 물러서서 시간만 흘려보내던 빈 종이를 마주한 지난날의 내 모습처럼 말이다.


전시기획자로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과 공간 모든 곳에 애정을 담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작품을 감상한 건 바로 <Home : 당신의 서른, 나의 서른>이다.



전시 준비 초기 필독 작가와 작품이야기를 한참 나누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왜 예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작가에게 예술이란 무엇이고, 그림이란 어떤 의미인지. 도피처일까? 젊음의 열정일까? 갑자기 전시준비로 만난 작가를 연예인으로 바라보며 이 엉뚱한 궁금증에 눈을 흘기며 질문했다.


내 기대와는 달리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이라는 평이한 대답에 김이 빠졌지만, 되려 그 덕분에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그래서 앞으로 준비할 전시가 아닌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가 그가 걸어온 작가로의 길을 다시 되짚었다.


예술의 시작점에 아버지가 있었고, 그의 재능의 근원이 바로 아버지 었다며 이야기를 꺼내는 작가를 보며 나는 이번 전시의 방향과 주제를 잡았다. 그래서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근원, 그 뿌리가 무엇일지 고민하기를 바랐다. 재능의 근원일 수도, 사랑의 근원일 수도, 꿈의 근원일 수도 있는 그 시작점이 무엇이고 어디었는지를 말이다.


작품 속에는 아버지와 작가의 서른 즈음의 삶이 담겨있다. 가장의 책임감을 저버리지 않되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담아낼 수 있는 트로피디자이너로 살아간 30대의 아버지, 작가의 삶을 살며 30대가 된 아들이 바라보는 그 시절 아버지의 열심 그리고 존경심. 아버지의 과거 속 닮아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는 체스판 위의 말처럼 하나하나 자리 이동해 가며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번 전시가 부자지간 그 중간 어디쯤의 만남을 의미했을지도 모르겠다.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생명력을 본인의 삶에 비유하는 작가는 시멘트 벽으로 현재의 한계를 은유했지만 노란 민들레가 자리한 체스판은 생명과 성장을 기대하는 초록의 바탕 위에서 활짝 꽃 피워 낸 작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작품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작가에게도 특별히 뜻깊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마음과 치열한 고민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 사랑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작품 앞에서 작가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Cake for your_Home Made 전시는 8월 27일까지,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롯데갤러리에서.



Feeldog Solo Exhibition

<Cake for your_Home Made>

2023.06.23-08.27

롯데백화점 광복점(부산) 롯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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