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30902 07:12
햇살이 좋은 어느날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 눈길 하나 남기지 않고 뒷모습으로 그는 떠났다. 그가 완전히 모든것을 그만두고 떠난다고는 반 친구들에게 들었다. 교실 한켠에 그가 나와 만날때 신던 낡은 신발이 서너켤레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한 친구가 나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넸다. 두개 정도의 본인이 살던 집 열쇠와, 부러진 빛바랜 금색의 열쇠 하나. 나와 같이 살던 집의 열쇠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 후회하지 않을 수 있대? 이 열쇠는 분명 후회가 많이 남을텐데. »
그 친구는 그냥 싱긋 웃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칫 하고 코웃음을 치며
« 오케이 알았어. »
라고 대답한 뒤 그 부러진 열쇠를 맞춰보려 손을 꼼지락 댔다. 떠났다고? 내 얼굴을 한번 보지 않고 떠났다고? 그렇게 매정하게 모든것을 다 두고 떠났다고? 무서워져서 도망을 갔다고?
꿈에서 나와 컴컴한 방안에서 눈을 떴다. 문득 불안함이 엄습했다. 죽은 건 아니겠지. 그집 남자들은 모두 명이 짧은데, 하나 남은 그 마저도 본인 손으로 죽음을 선택한건 아니겠지.
꿈 속의 색은 밝았고 따뜻했다. 남겨진 건 그저 그가 떠났다는 소문과 그가 버리고 간, 그에게는 더이상 필요없는 나에게 남겨진 그와의 추억들 뿐이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나는 그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아니 오래오래 죽지 않고 행복하게. 돈도 벌고 예쁜 옷도 사 입고, 어여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만족스러운 보통의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다시한번, 혹시나 죽은 건 아니겠지? 카톡을 해볼까…? 아직 지우지 않은 친구 목록을 훑고 그의 이름을 눌러본다. 원래 이런 프로필 같은건 바꾸는 사람이 아니니까. 변함 없는 프로필 사진. 혹시 몰라 그의 모친의 카톡도 본다. 그가 죽으면 나에게 연락이 올까? 잠깐 생각을 해본다.
괜찮겠지.
헤어진지 꼭 2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