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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슬아 Jul 06. 2023

어느날 이별이 찾아왔다

2021년 9월 22일 | 오그라드는 이별일기

<어느날 문득 이별이 찾아왔다>


문득 찾아왔다. 문득 사랑이 찾아온 것 처럼.

나는 오늘 11년하고도 넉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왔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애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며 애틋하기도 하다. 미워진 것도 싫어진 것도 아니다.

단지, 이전에는 없던 확신이 갑자기 생겼다. 그와 나의 사이에는 더이상의 발전도 새로운 자극도 또다른 변화도 없을 거라는 확신. 미처 놓지 못했던 그 관계에 대한 미련이 썰물 쓸려나가듯 사라졌다.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아니 할 생각도 못했고 하고싶지도 않았던 말을 오늘 내가 했다. 그것도 굉장히 담담담하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했다. 물론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슬프다. 하지만 이건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에 대한 서글픔과 고마움이지 미련이라든가 사랑을 잃은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었다. 하나였고, 서로가 서로의 분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책임이 되고 의무가 되고,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사랑이 연민으로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느꼈다.


그는 나를 매우 사랑했다. 나 역시 그를 사랑했다. 이 세상에 그만큼 나를 사랑해줄 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를 예뻐해주고 사랑해주었다. 인생의 1/3을 함께하면서 나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그는 언제든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위로가 필요할 때면 기꺼이 어깨와 품을 내어 주었다. 스물 넷부터 서른 다섯까지 나의 빛나는 시간들을 함께 보내주어 참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우리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철학과 방식으로 더 없는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진심을 담아 절실하게 나는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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