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받은 질문 TOP 5.
비혼 주의, 독신주의, 딩크족,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장거리 커플 등
세상이 계속해서 변하면서 가족의 형태와 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사회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씩만 만난다는 ‘월간 부부’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낯선 형태인가 보다. 게다가 그런 가족의 형태를 외부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한다고 하니 월간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눈빛과 표정이 늘 다채로워진다.
‘얘네 부부 뭐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뭔 소리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즐겨라 즐겨!’
‘대책 없는 인생이지만 조금 부럽네.’
우리가 나서서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니 누군가에게 굳이 이해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정말 반응을 나누자면 딱 반반이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과 신기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들. 그런데 어느 쪽이든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들이 꼭 있다. 그래서 그간 받았던 질문과 나의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1. 월간 부부? 왜?
모든 시작은 직장을 졸업하고 싶었던 남편의 퇴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전형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대기업 회사원. 그 생활을 7년 동안 아주 성실하게 가끔은 재미있게 했던 남편에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다. 안정적인 회사 생활도 좋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꿈꾸고 있던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회사생활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점점 더 선명하게 깨닫게 된 것이다. 한번 싹트기 시작한 그 생각은 멈춰지지 않았고, 나에게 이야기를 꺼낸 지 한 달 만에 퇴사와 귀향(?)이 동시에 이뤄졌다.
나 역시도 말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더 부채질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언젠가 크든 작든 내 사업을 할 생각이었고,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에 대한 우리 부부의 목표와 방향성은 늘 일치했기 때문에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또 이왕 이렇게 된 거 망할 거면 40살 전에 망해봐라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망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망해야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을 테니까.
2. 언제까지 월간 부부 할 거야?
이 질문은 사실 받을 때마다 답변이 조금씩 바뀌긴 하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은 정해두었다. 기간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소득에 대한 기준으로.
남편의 사업이 아주 잘 되어서 내가 회사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역시도 사업이겠지만)을 하거나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현재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일정하게 들어올 때. 아마 그때까지는 월간부부 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두리뭉실하게 썼지만 어느 정도 계산은 다 해두었다. 남편 사업의 월 매출 000원, 월 실수령액 000원 이상 그리고 이 소득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그때 우리는 다시 우리 삶의 넥스트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근데 아직은... 멀었다.
3. 바람피울까 봐 걱정 안 돼?
사실 이 질문이 가장 힘이 빠진달까? 이해가 안 된다. 떨어져 지낸다고 바람피울까 봐 걱정된다면 애초에 결혼을 어떻게,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죠....?
물론 우리 부부는 대학교 때부터 벌써 11년째 차곡차곡 서로의 시간과 믿음을 쌓아왔다. 내 인생의 1/3을 이 사람과 함께해서일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이 딱히 걱정이 없다. 또한 오랜 연인 혹은 부부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대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월간부부 생활을 계획할 때 우리의 인생 계획, 월간부부 이후의 생활 패턴 등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어도 믿음을 배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게 전부다.
물론, 혹시나 행여나 바람을 피운다면 그땐 그냥 끝이다. 이만큼 견고하게 쌓은 믿음을 무너뜨리는 건 인생을 끝내겠다는 거지.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버릴 거다.(ㅎㅎㅎ)
4. 그럼 곧 너도 같이 내려갈 거야? 일 같이 할 거야?
이것 역시 최근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다. 사실 처음에는 사업이 잘 자리를 잡으면 다시 남편이 서울로 진출(?)하는 방향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오히려 서울에서 멀 수록 더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또 한 번씩 서울 생활에 치이다가 내려가서 남편을 만날 때면 지방 특유의 여유로움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도 본 투피 지방러인지라 자연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특히 지금 남편이 있는 곳은 바다가 가까워 정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을 하는 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이번에 남편이 사업을 오픈하면서 내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씩 도와주었는데, 일을 할 때의 스타일이 나랑 너무 다르다. 너무너무 다르다. 그래서 분명 우리가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매일같이 분란이 일어날 거고 ‘흔한 가족 기업의 폐해’ 사례로 남을 것 같다. 가족끼리 일을 같이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최소한 당분간은 내려가는 일도, 일을 같이 하는 일도 없을 거라는 것.
5. 근데 그럴 거면 뭐하러 결혼했어?
이 질문은 사실 육성으로 들어본 적은 없고 댓글로 몇 번 받아 본 질문이다. 처음에는 질문 자체에 ‘시비 거는 건가?’ 싶어서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로 월간부부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각자의 생활 패턴을 찾아가며 잘 지내고 있다. 솔직히 나조차도 가끔은 ‘아니 이렇게 각자 잘 사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긴 하니까.
우리가 월간부부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나름대로 드라마 같았던 긴 연애 끝에 좋아서 결혼을 했고 그렇게 같이 살다가 가치관과 계획, 방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거다. 사람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거고 욕심쟁이들은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많은 것을 감행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답은 “아니 이럴 줄 알았겠냐고요!”
흔치 않은 부부 형태이다 보니 무례와 순수한 궁금증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질문들을 받는다. 가끔은 기분이 나쁘기도, 가끔은 질문을 받는 것 자체로도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삶인데. 그저 더 잘 먹고 잘 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