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행들이 떠나고 옮긴 숙소 컨디션이 마음에 든다. 혼자 여행할 때는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겁이 많아 혼자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옆 침대에 누군가 있는 게 안정감이 든다.
하지만 치앙마이에선 용기를 내 화장실까지 딸린 개인룸을 잡았다. 마야 쇼핑몰 건너 님만해민에 위치한 아이룸이라는 숙소였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매니저가 엄청 친절했다. 작년 치앙마이 여행 때, 아주 잠시 묵을 숙소가 필요했을 때도 이곳을 찾았다. 같은 직원분이 일하고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집에서도 가족들이 없으면 못 자는 내가, 낯선 여행지에서 그것도 혼자 숙소를 잡다니. 첫날 밤엔 너무 무서워서 밤새 불을 켜놓고 밖에서 나는 소리 하나하나 온갖 신경을 다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우연히 같은 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국인 가족이란 걸 알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래도 혼자 방을 쓰니 잠을 잘 때 무서운 거 빼고는 다 좋더라. 심지어 30대가 된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굳이? 싶은 생각도 든다. 특히 치앙마이에선 수영장까지 딸린 숙소를 정말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냥 잠을 포기하는 편이 좋겠다.
아침을 먹기 위해 로컬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찾았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정말 많다.
이 곳에서는 대부분 이 치킨 덮밥을 시켜 먹는 듯하다. 삶은 것과 튀긴 닭고기를 반반씩 주문하고 싶었는데 이미 프라이드는 다 팔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삶은 닭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그냥 조금 부드러운 닭고기 덮밥이었다. 저 데리야끼 소스 같은 것이 너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한국돈 1200원 정도에 이런 아침 식사라니!
6월의 치앙마이는 비도 거의 오지 않고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물론 뜨거운 햇살 때문에 땀이 주룩주룩 흐르지만 그게 동남아의 매력이니까. 치앙마이는 태국에서도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가, 한국이랑 체감온도가 거의 비슷하거나 가끔 대구보다 선선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쇼핑하러 들어간 옷가게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 치앙마이에는 길에 자유롭게 다니는 강아지들이 정말 많았는데 유기견인지 주인이 있는 애들인진 모르겠다.
오랜만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 어색하다. 첫날 치앙마이를 돌아본 것처럼 꼭 남기고 싶은 치앙마이의 모습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다.
오후엔 뭘 할까 고민하다 치앙마이 대학 투어를 해보기로 했다. 관광객들은 대학에서 운행하는 투어 관람차를 타고 구경할 수 있다. 사실 한국어 통역이 없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여기 대학도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구나 하며 가볍게 둘러봤다.
저녁엔 게스트하우스 마지막 날 만난 언니와 창푸악 야시장에서 유명하다는 카우보이 모자(?) 족발 덮밥을 먹었다. 부들부들 정말 꿀맛이라 다음에 또 와야지 마음먹고 작년에 다시 찾아갔는데 왜 그 맛이 안 났던 걸까.
바로 옆 노스게이트 바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음악 감상. 매일 연주자들이 바뀌는데 이 날 재즈 연주가 정말 최고! 여기 때문에 또 오고 싶은 치앙마이.
마야 쇼핑몰 제일 위층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언니 덕분에 야경도 구경하고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방콕으로 떠나는 날 당일, 새벽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나나 정글 마켓에 다녀왔다.
나나 정글은 일요일 딱 하루, 새벽에 문을 여는 야외 빵집(?) 같은 거다. 푸릇푸릇 나무로 둘러싸인 정글 같은 곳에서 있어 나나 정글이라 불린단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갔는데 우리가 받은 번호표가 200번대였나. 오랜 기다림 끝내 드디어 번호가 불리고 급하게 이것저것 집어 담았다. 사실 아침 일찍 너무 비몽사몽이라 맛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도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치앙마이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건 정말 행운이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확실해진다. 어떤 사람들과 있을 때 편안한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이런 것들이 쌓여갈수록 앞으로 내 인생은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거야.
마지막까지 사랑스러운 치앙마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