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3일만 예약했던 마크텔 호스텔에서 일주일 정도를 더 묵었다. 치앙마이 호스텔 대부분은 인테리어도 감각적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유럽 숙소들에 비하면 가성비가 매우 좋다.
워낙 익숙한 걸 좋아해서 마크텔에서 쭉 머무려다가 현아가 치앙마이를 떠나는 날, 마야 쇼핑몰 근처 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짐만 맡겨두고 가보고 싶었던 카오쏘이매싸이로 이동했다. 님만해민과 올드타운 사이에 위치한 산티탐과 가까이 있고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리얼 맛집. 너무 기억에 남아서 작년 치앙마이 여행 때도 다녀왔다.
이 집의 가장 인기 메뉴는 카오쏘이까이. 튀긴 에그누들과 닭다리, 그리고 카레가 들어간다. 어느 가게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라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오른쪽은 선지가 들어간 국수인데 선지를 처음 접해봐서인지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가게 바로 앞에서 간식까지 든든하게. 20밧의 행복이 이런 거지! 태국 음식은 왜 다 맛있는 걸까. 음식만 입에 맞아도 여행의 질이 확 올라간다.
현아가 파타야로 떠나기 전 숙소 1층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 잔 했다. 함께 여행을 하다 이렇게 헤어질 때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슬프진 않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만든 추억을 안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 여행을 하며 만났던 인연들과 모두 그렇게 웃으며 이별했다.
오후엔 광주에서 배낭여행을 온 언니들과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페디큐어를 받아봤다. 치앙마이에 와서 처음 해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실 유럽 여행 때는 경비가 정말 신경 쓰였다. 백수 신분으로 최대한 저렴하게 여행을 하려면 뭐든 가성비가 우선이었으니까. 직항보단 경유, 호텔보단 호스텔, 하루 한 끼만 비싼 것, 긴 시간과 반비례하는 교통편 등 최대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여행을 했었다. 물론 평소 물욕도 소비도 크지 않은 나에겐 그런 여행도 만족스러웠지만, 경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니 또 다른 방식의 여행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함께 님만해민에서 쇼핑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긴 한국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좋아할 맛집인듯하다. 숯불에 삼겹살, 목살, 곱창 등을 구워주는 곳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익숙한 맛이라 태국 음식이 힘든 여행자라면 한 번 가볼만하다.
언니들이 떠나기 전 님만해민에서 다들 줄 서서 먹는다는 빵집에 가서 에그 커스터드와 연유 토스트를 먹었다. 얼마 안 한다며 사주셨는데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대부분 배낭여행객들이 직업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본인이 가진 한정된 경비로 여행을 한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여행을 하며 받는 작은 선물이나 호의에 더 격하게 감동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치앙마이에 온 첫날부터 함께했던 동행들이 모두 떠나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아쉽지만 슬프진 않다.
나와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이 행복으로 기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