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따릉이를 빌려 스탠리 파크로 향했다.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니. 이런 곳을 매일 누릴 수 있는 연주의 삶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까지 끼고 있는 공원이라니. 밴쿠버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갔던 곳이 아닐까.
레인쿠버라 불릴 만큼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밴쿠버. 하지만 내가 머물렀던 2주 동안 2-3일 정도를 제외하곤 항상 날이 맑았다. 그 덕에 아름다운 단풍국의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아올 수 있었다.
자전거 반납 후 예삐와 헤이즐을 데리고 다시 나왔다. 그럭저럭 사이가 좋은 남매.
산책을 하다 보니 오랜 시간 우리 가족 곁에 머물렀던 복실이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18년을 함께했던 내 동생. 산책을 하더라도 대부분 목줄을 하거나 동네 작은 공원을 도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곳에서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보니 잠시 잊고 살았던 내 동생 생각이 많이 나네.
행복한 예삐와 그걸 보고 더 행복한 나.
예삐는 연주가 홀로 밴쿠버 생활을 하는 동안 곁을 지켜준 유일한 가족이고 친구였다. 나와는 달리 속마음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친구라 그녀에게 예삐는 너무 큰 존재겠지. 그 이후 혼자 있는 예삐가 외로울까 헤이즐을 입양했고 셋은 완벽한 가족이 된 것 같다.
첫날 저녁은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동료에게 추천받은 그리스 식당에 갔다. 밴쿠버에 있는 동안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접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맥주 마시면서 멍멍이에게 둘러싸인 나. 세상 다 가진듯한 행복이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저런 예쁜 눈으로 나를 지켜보던 요 녀석. 살가운 예삐 오라버니와 달리 세상 도도한 딸내미 헤이즐과는 친해지기가 힘들구나. 저렇게 먼저 왔다가도 만지려 하면 훌쩍 떠나버린다. 밀당의 고수 엄마바보 헤이즐!
다음 날은 그랜빌 아일랜드 구경 갔다.
역시 외국 마켓은 식재료도 저렴하고 볼거리도 많다. 한국에서는 엄청 비싼 과일인 무화과를 잔뜩 샀다.
여기서 꼭 먹어 봐야 한다는 도넛도 냠냠. 나 완전 빵순인데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후에 딥코브에서 먹은 허니도넛이 최고!
저녁은 수제버거와 대구튀김. 밀가루가 최고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피곤해 죽겠는데 집에 오자마자 또 운동하러 간 연주. 멀리서 혼자 아프면 개고생이라며 건강에 더 신경 쓴단다. 독한 년이라 고개를 내저었는데 이 먼 곳에서 홀로 버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는지 대단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살포시 올라왔다.
우리 겁쟁이 헤이즐 잘자아♥
2019년 이야기를 꺼내어 적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