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재작년 10월, 고등학교 친구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다. 천사 같은 직장 동료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여행. 현재 코로나로 꽉 막힌 하늘길을 보며 당시 충동 지수 100%였던 나 자신 칭찬해.
여행을 결정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2주간 친구 집에 머물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숙소 예약도 필요 없었다. 밴쿠버 날씨와 가볼 만한 곳만 검색하고 떠났던 것 같다.
떠나기 전 영어가 짧은 나를 위해 연주는 본인 집 주소부터 입국심사 예상 질문까지 보내줬다.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키오스크로 모든 절차를 완료했고 질문 하나 없이 통과했다. 여권에 도장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걸 못 받아서 아쉬운 마음은 나만 드는 걸까.
공항 안 카페에서 연주를 기다리는 동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어느 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친구는 완전히 이민을 간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연락이 끊겼었는데 사회생활에 막 발을 담근 나도 사는 게 바빠 잠시 잊고 지냈다. 그 후 우연히 연락이 닿았고 정착을 위해 독하게 사느라 연락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 친구와 몇 년 만에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난다 생각하니 괜스레 가슴 한편이 시큰해졌다.
공항 근처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 멋지게 선글라스를 올리며 명품카에서 내리는 친구가 보인다. 잠시나마 힘든 이민생활만을 상상한 내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린 연주의 등장에 1차로 당황. 며칠 만에 본 것 마냥 자연스레 짐을 옮기는 그녀의 모습에 2차 당황. 역시 인생 최고 찌질한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는 다르다.
그리고 밴쿠버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예삐와 헤이즐. 얘네들과 2주를 함께 보낼 수 있다니 행복함에 눈물이 날 정도다. 실제로 보니 더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앞으로 우리 잘 지내보자.
2019년 추억을 꺼내어 적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