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골에 빨대가 필요한 이유

고아먹을까 빨아먹을까?

by 어쩌다 인도네시아

#. 엄마가 끓여준 사골국물


어릴 적 우리 집엔 큰 들통에 사골국물을 끓이는 일이 많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우리들도 사골국물 한 사발이면 밥을 들이켜곤 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 사골국물이 뽀얗게 우려 지기 전에 이미 다 해치워 먹어서 맑은 사골국물을 먹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몇 시간을 끓여낸 사골 우린 국에 소금과 후추만 넣어 엄마가 만든 전라도식 김치와 함께 먹으면 정말 끝내줬다. 아주 가끔 건져 올려지는 사골에 붙어있던 작은 연골덩어리들과 기름진 부분들을 보면서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이라며 우리들에게 건네주었었다.

추운 겨울날이면 온종일 끓이는 사골덕에 집도 따뜻해지고 속도 따뜻해졌다.


#. 사골을 고아먹어? 빨아먹어?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사골을 좋아한다. 숨숨이라고 부르는 사골. 우리나라는 사골을 끓여 하얀 국물이 될 때까지 고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사골을 끓여 그 안에 있는 '골'을 먹는다. 그렇다 보니 사골 요리를 파는 곳에 가보면 대부분 사골과 함께 빨대를 준다. �

처음엔 이 빨대를 왜 줬지? 고민했는데. 바로 골을 빨아먹으라는 거였다. 하하^^ 대단하구먼~


20250415_100554.png


#. 재밌다.


인도네시아는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소고기가 질긴 편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소고기를 갈아 만든 '박소'라는 음식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즐겨 먹는다. 미트볼과 같은 개념인데, 소고기 소시지 같은 느낌에 미트볼 모양이랄까.. 오늘 간 박소 집에는 아주 다양한 모양의 박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음식이 바로 '사골 박소'였다. 커다란 사골뼈에 박소를 붙여 아주 먹음직스럽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빨대와 함께 준다. 사실 골을 이렇게 통째로 먹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 기름진 느끼한 맛. 엄마가 어릴 때 해주던 사골의 진액 같은 맛..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래서 이 사골 박소는 아주 매콤한 국과 함께 준다. 국물만 먹으면 사레가 들릴 정도로 매콤하지만 사골에 국물을 조금 넣어 먹으면 사골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국물의 매콤함이 완화되어 감칠맛이 나게 된다.


빨대로 사골의 골만 빼먹고 나니... 왠지 집에 가져가서 몇 시간을 푹 고아내고 싶었지만 겨우겨우 참았다.

빨대와 사골이라니... 하하하^^ 다시 생각해도 재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바나나의 심장을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