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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귿 Sep 14. 2024

이런 사람도 있지요?

그릇은 작은데 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브런치작가가 덜컥 되어버렸다.

브런치스토리라는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누군가와 이 벅찬 소식을 나누고 싶은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브런치 작가가 됐어!"라고 해봤자 못 알아들을 게 뻔해서 소식을 전하기 전 브런치스토리라는 곳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소식을 알렸더니 대뜸 수익을 묻는다. 수익구조가 있긴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고 그리고 아직은 그런 말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들떴던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다.


 좋았던 마음은 잠시 마음이 좀 급해졌다. 글쓰기에 대해 전문적으로, 비 전문적으로라도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타인에게 글을 잘 쓴다고 칭찬받아본 적도 거의 없다. 

무언가에 대한 길을 찾기 힘들 때 항상 찾는 곳. 나의 길잡이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한가득 빌렸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그리 많이 보장되어있지 않다. 초등학생 둘을 키워내는 전업주부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시간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재미를 찾기에 바쁘다 보니 매일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동네 아이엄마들과 어울려 노느라 그러는 것도 아니다. 혼자 놀기도 바쁘다. 그러다 보니 대여한 책을 읽어내기에도 벅찼다. 연재하겠다고 등록이라도 해 놓으면 강제성을 가지니 조금 더 움직여지지 않을까 하는 오만에 연재하겠다고 등록해 놓았지만 그 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그런 그릇이었던 것이다.  발행하지 못하고 저장만 줄기차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브런치 작가 성공기 도전기에 대한 글을 많이 보이지만, 나처럼 작가신청을 해 놓고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 벌이기를 좋아하고, 용두사미 같은 삶이 평생 바뀌지 않는걸 항상 스스로 체득하면서 느낄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이런 내 성격에 나 같은 사람은 없는 걸까? 공감과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찾아보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쓰기로 했다. 어디선가 공감을 받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하고, 알고 싶고, 해 보고 싶고, 배우고 싶지만 끝은 희미한 저 같은 분들 우리도 우리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요? 문제점을 알고 해결을 못 할 망정 공감해 달라고 감히 징징거려 봅니다.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365일 잔소리가 끊이질 않겠지요. 안 그런 척하고 오늘도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나왔습니다.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슬슬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갑자기 불안해옵니다. 갓 태어난 아이못지않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느라 시간이 없으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진지하게 고쳐가며 쓴 글들은 저장목록으로 가 보고 갑자기 반성문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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