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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귿 Aug 02. 2024

초등영재원 도전기

순수학문은 어디서 배워야 할까.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몇 마디 말로 쉽게 단정 짓지 않고 싶지 않은 어느 부모에게나 가장 소중한 아이이니까

아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또래에게 들을 수 없는 신기한 어른들의 이야기

뉴스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책을 좋아한다. 아니 글을 좋아한다. 어디에 어느 곳에 써져 있는 글이면 다 읽으려고 한다. 참 궁금한 게 많은 아이이다.


과학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2학년부터 3학년까지 과학학원에 1년 정도 다녔다.

 호기심 많고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너무 책만 붙들고 있는 모습에 살짝 불안했다. 사회성도 걱정되고 무언가 더 이끌어내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니랄까 하는 우스운 생각에. 대부분의 학원생활은 엄마의 불안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즐겁게 다녔다. 선생님께서도 수업시간에 눈이 반짝반짝거린다며 예뻐해 주셨다. 하지만 갈수록 학원의 커리큘럼은 선행학습으로 바뀌어 가고 시험을 보거나 공부하는 내용들이 학년에 비해 앞서가는 지식들 습득에 급급해 보였다. 아이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또 너무 당겨주시니 갈대보다 더한 변덕쟁이 엄마는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학습으로 이끄는 부모님들은 굉장히 꼼꼼하고 부지런하시다. 나의 귀차니즘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내 부지런함의 한계가 느껴지며 겁도 나서 회피했던 것 같다.

 학년이 더해질수록 순수과학이 아니라 빠른 선행을 요한다. 학원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선생님과 소통이 잘 됐던 터라 이런 고민을 나누었더니 본인도 그런 것들을 느낀다고 한다. 순수학문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학원이 없을 수밖에 없단다. 아이가 가끔 학교에서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고 한다. 아이는 전쟁과 역사, 무기, 비행기, 세계사등에 관심이 매우 많다. 그 이야기를 같이 할 친구가 없다고 한다.

학원 선생님께서는 영재원이라는 곳을 알려주셨다. 영재원은 부모가 이끌어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학교 내에서 또래보다 관심도가 높은 아이들이 지원하는 거라 거기 친구들이라면 재밌게 생활하며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도전해 보자!!!

 영재원이라는 곳에는 과학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오는 곳이라서 네가 평소에 하는 이야기들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고, 너도 친구들 이야기를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과학에 전문분야 선생님도 계셔서 좋은 환경이어서 무척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영재원에 지원하다.

아이는 당장 하겠다고 지원서를 냈다. 지원서를 냈지만 학기 초부터 특강을 듣는 친구들도 있고 좀 걱정이 되었다. 그냥 평소에 읽던 과학 관련 책들 열심히 읽고, 시험지에 글씨 예쁘게 쓰라는 조언만 해줬다.

나도 참 의욕과 의지 동기부여도 다 된 아이에게 부지런 좀 떨며 이렇게 저렇게 챙겼어야 하는데 결국 책 읽는 것 말고 준비한 게 없었다.


학교 내 대표는 3명이 나갈 수 있고 우리 학교 경우에는 4명이 지원했다. 아이가 대표에 선발이 되었다. 아~ 운이 좋았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긴장감과 무거움 속에 시험을 치뤘다. 시험을 보고 온 아이가 무거운 짐을 덜어낸 느낌을 처음 느껴 본 것 같았다.

 "엄마, 똥을 다 싼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더 많이 남아 있던걸 다 싼 기분이야!!."

세상에 얼마나 시원한 느낌일까. 무거운 짐을 덜어낸 시원한 홀가분함을 처음 느껴본 것이다. 얼마나 상쾌해 보이던지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걸 느낀 것 자체가 가장 큰 수확이다라고 응원해 주었다.

아이는 학교 대표선발시험에서 시영재 초등교육원은 지원자격에서는 탈락하고 구영재교육원(흔히 교육청영재로 말한다)에만 지원 자격이 생겼다.



 본시험날. 영재원선발시험에는 관내 똑똑한 아이들이 다 지원했을 텐데 경험만 해보자라는 식으로 시험을 치러 갔다. 시원하게 시험을 치르고 남의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갖고 싶은 것도 하나씩 사고, 아이는 시험에 떨어져도 내년에 또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 이렇게 도전을 즐겁게 여기고 쌓아가면 너한테 어떤 힘이든 다 네 것이 될 거다.



합격하다.




10살 처음으로 공식적인 시험이라는 걸 경험해 봤고 합격하였다.

우리 가족 모두 너무너무 좋아했고, 아이의 호기심과 높은 관심도를 아는 주위 분들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아이의 말이 더 감동이었다.


 "엄마 거기 가면 물리도 배우고 전기회로도 실험할 수 있고!!" 조잘조잘 조잘조잘

 이 아이는 무언가 내가 앞서나갔다. 성공을 했다의 의미가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얻는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었다. 합격의 기쁨보다 다가올 수업에 대해 설레어하는 아이가 너무 감동이었다. 아이는 부모에게 이런 감동도 줄 수 있구나.


너의 값진 기회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한다.




다니던 과학학원을 영재원 당락여부와 상관없이 중지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학원 커리큘럼대로 따라가다가는 아이가 순수하게 좋아했던 과학을 학습으로만 받아들이게 되어서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아이는 학원 내에서 스페셜 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반에 제의를 받았다.

그만두겠다는 결정에 내년에 4학년이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잘하고 있는데 그만두는 이유가 뭐냐고 아이도 너무 잘 다니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선생님과 꽤 오래 통화를 했지만 어떤 것도 설득당할 말들이 없었다.

 영재원 합격발표 때문에 그만두게 되는 건 아닌데 모양새가 그렇게 됐다.


 그렇게 하다가 큰코다친다고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요즘엔 소신 있는 부모가 제일 위험하다고 한다.

맞다. 후회할 수도 있다. 모르겠다. 아직은 11살이니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주고 싶다.


아이처럼 순수하게 과학이나 수학에 관심도가 높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받는 점수가 높지 않더라도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라도 국가지원을 받는 영재원 시험에 응시해서 골고루 교육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영재원 시험은 타고난 영재로 인정받거나 유명하다는 학원들에서 소위 탑반에 다니며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초등학교 때는 공식적인 시험이 없으니 경험 삼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똑똑한 아이들이 모두 다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영재원은 입시와 무관하다 라거나 스펙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시간만 뺏는 경험이다.라는 생각들도 무척 많다.



 영재원이 이렇다 저렇다 단언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정해진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 수업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으나 좋은 기회를 계기로 많은 아이들이 지원하고 누리며 공교육의 신뢰가 두터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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