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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귿 Aug 20. 2024

아이들의 동창회

졸업생 만남의 날

아이들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숲유치원, 자연유치원으로 설명되는 유치원에 다녔었다. 이 유치원은 매 해 지정된 날짜에 졸업생들과의 만남이라는 동창회가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에 근무하셨던 모든 선생님들도 함께 만나는 특별한 날이다. 큰 아이는 졸업한 지 4년째 되었지만 여전히 손꼽아 기다린다.

 해가 더해져 갈수록 솔직히 나는 그 자리가 어색하다. 졸업하고 첫 만남이야 무척 반갑고 인사나누기 바빴지만 이제는 안면이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거의 없어서 낯 두껍게 매번 자리를 채우는 건 아닌지 눈치도 살짝 보인다. 그런 마음을 조금 비춰봤지만 아이들은 그저 유치원 갈 생각에 며칠 전부터 들떠있다. 


 아이들만 내려주고, 인사만 살짝 하고 나가기로 마음먹고 문 앞에 들어선 순간 그만두셨다고 소식을 들었던 선생님 두 분이 "어머니!!!!!!" 하고 나를 어찌나 반갑게 환영해 주시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원, 학교, 여러 기관 선생님들과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순간 이런 인사가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걸 깨닫고 그 인사와 웃음이 너무 고마웠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이렇게 신나는 재회가 있을 수 있구나. 원래 이렇게 목소리가 크셨던 선생님들이셨는데 내가 너무 오랜만이라 그랬던 건지 선생님들께서 그동안 더 해진 경력으로 에너지가 더해지신 건지 정신이 혼미했다. 

 아이들도 졸업한 지 2년, 4년이 되었지만 어제 왔었던 것처럼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추억의 공간을 누리기에 바빴다.


엄마가 더 다니고 싶어 하는 곳

 나는 매 년 이 공간에 와서 유치원 3년을 추억하기 바쁘다. 정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원하는 대로 마음껏 맨발로 바깥놀이를 하고 발을 씻고 들어 올 수 있도록 해 놓은 공간, 비가 오면 저절로 물이 고일 수 있게 대나무도 만들어진 물줄기, 자연스럽게 해가 들어오고 그늘이 만들어져 책 읽을 수 있는 야외 공간, 기사님께서 나무로 만들어주신 나무 계단 줄타기, 구석구석 아이들을 위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곳이다.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한편에 유치원에서 키우던 토끼장을 그대로 만들어 놓아 두신 것을 보고 울컥했다. 바깥에 나무로 직접 깎고 손으로 묶어서 만든 그네들과 줄타기도 다 작게 만들어 두셨는데 사진을 못 찍어 온 게 안타깝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을 향한 손길을 더 잘 알고 느끼는 어른들이 항상 위로받고 감동받는 곳이다.


실제 토끼장과 너무 흡사하다.

유치원의 모든 어른들과 공간들과 교육방향을 종교처럼 맹신하고 마음 다해 응원하며 보낸 곳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올 때즈음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모든 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보통의 초등학교는 아무래도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 여러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주소로 배정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실컷 놀고 반가움과 신남이 공존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내년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집에 오는 내내 아이들은 참 많은 추억들을 이야기하기 바쁘다. 

 우리 아이들이 참 부러웠던 날이다. 고작 10년 조금 더 산 아이가 이런 멋진 추억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아서 그 꽉 찬 마음으로 단단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화려한 유아교육기관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계시는 원장님과 선생님께 새삼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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