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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귿 Sep 22. 2024

비건이 뭐예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지구를 마비시켰던 시절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식탐도 많은 아는 맛을 뒤로하고 싶어 실험적인 음식들을 많이 해 먹었다.

그러다가 비건, 채식주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건? 아 고기 안 먹는 거~ 신기한 음식이 많네."

그때부터 비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도 읽어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많이 읽게 되었다. 그즈음 이용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에서 신기하게도 비건 스터디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덜컥 메시지를 남겼다. 코로나였지만 온라인으로도 모임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뜩이나 코로나로 움츠려 들었던 시절 새로운 환기구가 되는 모임이었다. 

 조합원 내에서 비건이나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나이대가 아무래도 많았다. 우리 어머니나 시어머니또래나 그 보다 많았다. 새 모임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냥 제일 어렸던 내가 하는 게 당연했던 분위기였다. 부담감은 컸지만 딸 같은 나였으니 따뜻한 분위기 속에 덜컥하겠다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열심히 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한바탕 웃음으로 시작되었다. 

너처럼 먹을 거 좋아하고, 잘 먹는 애가 어떻게 비건을 하니?? 




 


전혀 모르던 세상의 이면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었다. 종교의 새로운 이념을 배우게 돼서 나라는 사람의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고 생활했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1년 반정도 정말 열심히 비건에 대한 신간도서도 거의 읽고, 다큐멘터리도 정말 거의 다 봤다. 아무래도 전문가도 아무것도 아닌 내가 모임장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에 더 열심이었다. 바쁜 현대사회에 시간과 정신을 투자해서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건 내 기준에서의 내 생각이었다. 모임원들은(어르신들은) 그저 한 달에 한 번 이 모임에 참석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 주셨다. 다들 채식을 시작한 이유와 환경은 다르지만 아직 세상에서 채식주의자는 조금 유별난 사람들이라 서로의 유난을 알아보고 공감과 응원이 많이 되었다.

 친한지인들은 금전적 이익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걱정스러운 마음도 보냈지만 그때 나는 너무 즐거웠다.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니 생각도 먹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이었다. 빠르게 만들고 조리되어 있는 음식들보다 내 몸과 마음을 위해 건강한 것들을 손질하고 먹는 것이 마냥 허튼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으로써 자존감도 더 높아지고 생활을 간단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것을 먹으며 하고 지냈으며, 물건에 대한 욕심들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음식이나 물건들 생활용품들도 필요성에만 집중하다 보니 더 편리하고 예쁘고 좋아 보이는 것들이 불필요해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이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나는 북극곰을 구할 거야, 나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거야,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이야." 이렇게 단정하고 마음을 참아내며 힘들고 스트레스받으며 견뎌낸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하니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었다. 

 다짐하거나 채찍질하지 않았다. 동물의 털을 이용한 옷들이 아니어도 따뜻하고 좋은 옷들이 많아서 그랬고, 고기가 없어도 충분한 단백질과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채식식당을 찾아다니니 신선하고 더 즐거웠다. 유통경로가 짧고, 열심히 농사지으신 분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가진 식재료를 구입하고, 제철음식을 잘도 챙겨 먹었다. 반찬통을 가지고 가서 고기나 음식을 포장해 오는 것도 생각보다 더 편리하고 좋아해 주시는 가게주인 분들도 많았다. 

 카페나 식당에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내가 원하는 입맛대로 주문을 하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피곤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게 더 짙어졌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계 식당 프랜차이즈점이나 카페가 더 편리하긴 했다. 이런 식으로 나 자신에 집중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좋은 일로 연결이 되었다. 나는 억지스럽지 않은 그 흐름이 너무 좋았다. 

 지인들도 웃으면서 "비건 먹을 수 있는 곳 가자. 비건이랑 밥은 어디서 먹지?"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해 주시며 같이 시간을 보내주신 것들도 참 감사했다.

숨겨져 있던 나의 또 다른 길이 코로나로 인해 보이게 되었다. 갈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건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즐거운 일이다. 새롭지만 단단해 보이는 이 길로 한 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막다른 길인 줄 알고 돌아가려 했지만 막힘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가고 싶었다. 몇 발자국을  더 디뎠더니 새롭고 원하는 길이 나왔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디디는낌이 너무 좋다






목적지가 가까이 보이길래 무작정 그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걷다 보니 막다른 듯 한 길이 나와서 돌아가려다가 내 눈으로 막힘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몇 발자국을 더 디뎠다.
 시작은 좁았지만 넓어지면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길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그곳을 디디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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