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마법 카페, 이해 한 잔 01
잃어버린 엄마의 자존감을 되찾아줄 비밀 레시피
엄마를 위한 마법 카페에서 준비한 커피 한 잔을 선물합니다 :-)
나를 위한 이해 한 잔
평정심을 잃고 폭발하는 내 모습이 끔찍할 때
육아의 최대 난제, 감정 조절
육아의 과정이란 산 너머 산, 한 고개 너머 또 한 고개의 연속이라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육아를 시작한 그날부터 오늘까지 가장 어려운 게 감정 조절이에요. 8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큰 소리 한 번 낸 적이 없고,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조근조근 대응하던 내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나를 통제할 수가 없었어요.
자기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는 두 돌 무렵, 마음에 안 드는 일은 많고 수시로 짜증이 나는데 그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니 쉴 새 없이 울고불고 성질을 부리는 아이에게 꽥꽥 꿱꿱! 불같은 화를 퍼부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왜 이렇게 울컥울컥 화가 치솟는지.. 아직 말도 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돌아선 뒤에는 걷잡을 수 없는 후회와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왜 나는 이거밖에 안 될까? 나는 왜 아이를 따뜻하게 받아주지 못할까? 나는 눈곱만큼의 인내심과 포용력도 없는 사람인가? 어쩜 이렇게 성질이 더러울까? 나는 어쩜 이렇게 못돼 처먹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가는 부정적인 생각들.. 후회하고,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같은 상황이 닥치면 또다시 반복되는 상황들 속에서 물음표를 달고 날아들던 생각들은 거부할 수 없는 느낌표를 붙여 돌아왔습니다.
「감정의 자유」는 당신의 행복과 마음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저를 사로잡은 한 권의 책. 표지에 적힌 서문이 말했어요.
감정의 자유란 무엇인가? 바로 긍정적인 감정들은 가꾸어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더 키우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그것을 긍정적인 감정들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근본적인 삶의 기술은 당신을 두려움에서 해방하고, 당신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평정심을 잃거나 궤도를 이탈하거나 하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평정심을 잃거나 궤도를 이탈하거나?? 맙소사! 요즘 매일 반복하는 내 모습이잖아?!!’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꿀 수 있는 감정의 자유라니! 지금 나에게 더없이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나를 집어삼키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감정의 자유를 통해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부정적인 감정에서 해방되는 방법
주디스 올로프의 <감정의 자유>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해방되어 인생을 바꾸는 방법을 제안하는 심리학 도서에요.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감정은 단순히 우리를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드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키는 수단이라고 말해요. 화가 나거나 분노에 휩싸였을 때 우리는 흔히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차단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태도는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며, 순간순간의 내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이를 더 잘 의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감정을 생물학, 영성, 에너지, 심리학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데,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부분은 마지막! 감정의 심리학적 측면이었어요.
감정의 심리학적 측면이란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나의 심리적 자아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심리적 자아를 알아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나의 부모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좋든 싫든 내 감정의 틀을 만든 사람이 나의 부모이기에! 부모의 장점과 결점을 들여다봐야 나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거지요.
우리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원부모와의 관계를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많은 육아 프로그램과 육아서에 나오는 내용이라 사실 큰 흥미 없이 시큰둥하게 읽어내려 갔는데, 책이 제시한 과제의 빈칸을 채우며 정말 많은 걸 얻었어요.
감정의 자유를 위한 실천
<부모에게서 받은 감정의 유산 점검하기>
부모의 장점과 단점들을 기록하여 놓고 살펴보자. 그리고 부모의 장점이나 단점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자. 특성 목록의 어느 특성이 당신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는가? 유머 감각을 심어 주었는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심어 주었는가? 어느 특성이 당신의 안녕을 해쳤는가?
또한 당신이 지니고 있는 특성들에 대해서도 솔직해지자. 긍정적인 것이라면 수용하자. 부정적인 것이라면 한 번에 하나씩 고쳐 좀 더 자유로워지자. 어느 특성을 유지하고 싶은지 결정하자. 이 특성 목록을 이용하여 당신의 심리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뒤 가장 자유로운 당신이 되도록 하자.
생각해보니 부모의 장단점과 그게 나에게 미친 영향을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부모의 공과가 마치 불효의 증거 인양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기 바빴을 뿐, 솔직하고 차분하게 부모와 나를 돌아본 적은 없었던 거예요. ‘우리 엄마의 장점과 단점은 뭐지? 아빠는? 아빠의 그런 장점과 단점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지?’ 책이 던지는 물음표 앞에 서서 진지하게 답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예상치도 못 했던 생각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명석하고 논리적인 분, 숫자와 이치, 사리분별에 밝은 분이세요. 매우 성실하고 꼼꼼하지만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면과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는 버럭병을 동시에 가지고 계시죠. 어머니는 매우 여리고 감성적인 분으로, 웃음도 눈물도 많으세요. 더없이 밝고 따뜻한 사람, 사랑과 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도 쉽게 받는 사람, 상처를 받아도 제대로 된 대거리 한 번 못 한 채 혼자 끙끙 앓는 사람이지요.
이렇게 극과 극의 남녀가 만나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갈등 상황이 닥치면 언제나 강자는 아빠, 약자는 엄마가 되었어요. 아빠는 자기 성질대로 우다다다 분출하고 뒤돌아서면 그만. 엄마는 그저 눈물 흘리며 그걸 고스란히 받아 속을 끓이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니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저에게 감정적인 것, 특히 눈물은 나약한 것, 지는 것, 손해 보는 것, 억울한 것쯤으로 굳어졌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순간의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고, 아무리 억울하고 상처받는 일이 생겨도 사람들 앞에서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았어요. 훌쩍훌쩍 우는 대신 따박따박 따지고 들기, 뒤돌아서서 괴로워하는 대신 앞에서 냉정하게 대응하기를 선택했는데, 나약한 약자보다는 당당한 강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행동하니 억울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툭하면 엉엉 우는 동생과 싸우면 늘 나는 일방적인 가해자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 없이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저는 친구를 울린 나쁜 아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저 때문에 엉엉 울고 마는 친구는 불쌍한 피해자가 되었거든요.
분명 친구가 잘못해서 시작된 말다툼인데, 눈물을 흘린다는 이유만으로 싸움의 원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울린 나는 나쁜 애, 우는 친구는 불쌍한 애가 되어 친구들의 위로와 편들기를 받으니 어찌나 억울하던지!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에게 눈물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겁한 수단이란 의미까지 더해졌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었고, 저는 갈등 자체를 피하게 됐어요. 사춘기 여학생은 이보다 예민할 수 없는 감정선의 존재들이잖아요? 또래집단에 대한 강렬한 집착 속에서 내가 지금 어떤 무리에 속해 있는지, 이 무리 안에서 누구와 제일 친한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끊임없이 확인하려 하는 날 선 감정들이 힘들었어요.
어쩌다 보니 홀수로 된 무리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와 A가 더 가까운 걸 불안해하는 B의 불안한 감정이 보이면 내가 먼저 둘을 연결해주고 한 발짝 떨어졌고, 무리 안에서 나를 모함하는 일이 생겨도 가타부타 해명하지 않고 조용히 먼저 빠졌어요. 부딪치는 것보다 그게 더 편하고 나은 선택이라 판단했고, 그래도 난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냉정한 사람이니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니까, 나는 아빠랑 판박이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한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을 참을 수 없었던 이유
<감정의 자유>에는 자신의 감정 유형을 진단해 보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매우 민감하고 미세한 감정을 지닌 ‘감정이입형’이었어요. 나는 아빠랑 판박이라고, 늘 이성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석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소망이자 노력이었을 뿐 실은 여린 마음으로 쉽게 상처받는 엄마의 성향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강한 아빠와 아빠보다도 더 강하고 억센 할머니에게 늘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는 아닌 척, 나는 안 그런 척, 나는 마냥 냉정하고 이성적인 척’ 노력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괜찮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비로소 지난날의 상처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했을 뿐 저는 늘 상처받고 아팠고 억울했고 외로웠고 슬펐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동안의 아픔을 마주하니 비로소 아이의 울음에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왜’가 보였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그렇게 화가 났구나.'
내가 매일 마주하는 아이의 울음은 단순히 아이의 눈물이 아니었어요.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빠와 할머니에게 상처받은 엄마의 눈물이었고, 나를 억울하게 만든 동생과 친구들의 눈물이었고,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꽁꽁 숨겨왔던 상처받은 나의 눈물이었습니다. 아이의 눈물은 내가 감춰왔던 상처를 후벼 파는 칼이었던 거예요.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느끼는 대로, 나오는 대로, 자유롭게 발산하는 아이의 울음이 저에겐 더없이 아프고 힘겨운 자극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요.
내 마음과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자 정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어요.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그 감정의 정체를 알고 나니 아이의 울음이 더 이상 미쳐버릴 것 같은 소리로 들리지 않더라고요.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치밀어 오르던 화가 사라졌습니다.
아이의 울음이 아이의 울음으로만 보이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화를 내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매일 한두 번씩 폭발하던 감정이 2-3일에 한 번으로,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고, 화를 내는 강도도 확연히 낮아졌어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던 세계대전의 수준에서 동네 패거리 싸움 정도의 수준으로 몰라보게 약해졌으니, 정말 놀라운 변화지요?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