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슬기 Sep 09. 2017

직장과 연봉, 전공을 포기한 이유, 우리가 사는 법

엄마를 위한 마법 카페, 용기 한 입 03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퇴사, 그 후



우리는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있으면서 최소 하루 1시간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장을 원했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네 살짜리 아이와 하루 1시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회사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거든요.



세 식구가 함께 살기 위해 그는 전공과 경력, 연봉 모두를 포기했어요. 반드시 필요한 우리 가족의 최저 생계비를 정하고, 가지고 있는 돈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결과가 편의점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리를 잡기까지 1년 동안 그는 하루 18시간씩 일 해야 했어요. ‘이런 일을 해서 어떡하냐’는 소리를 들으며 전에 받던 연봉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벌어야 했지만 우리는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셋이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그 동안 잃어버렸던 남편이라는 자리, 아빠라는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잡히고 매출이 오르면서 벌이도 좋아졌는데, 매달 오른 수입만큼 아르바이트생을 더 고용했어요. 평일 중 이틀은 오후 3시에 퇴근하기! ‘더 많이 벌기’ 대신 ‘더 많이 함께 하기’를 선택하면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일상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주 5일, 하루 14시간 근무 중 단 이틀을 7시간으로 줄였을 뿐인데, 삶의 질은 180도 달라졌어요. 셋이 함께 저녁을 먹고 뒹굴 뒹굴 책을 읽다 잠이 드는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달았지요.


처음엔 ‘장사가 잘 되는 여름에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시작했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겨울에도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모아놓았던 돈을 야금야금 꺼내 쓰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일상의 마법.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추구하는 가족 경제를 선택했습니다.




“나도 다시 일을 할까? 돈도 안 되는 책 읽기랑 글 쓰기 같은 건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아르바이트생을 좀 줄일까? 월급 주고 나면 200만 원도 안 남는데… 돈을 좀 더 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종종 흔들리고, 그럴 때마다 다른 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 약속이나 한 듯,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와요. “아니!!! 돈을 더 벌면 뭐? 지금 당장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니잖아. 빚지지 않고 잘 살고 있는데 뭐. 덜 쓰고 맞춰서 살면 돼.”

 

일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하는 수많은 일들은 매우 쉽게 하등하고 하찮은 일로 치부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저 돈으로만 채워지지 않아요. 생존을 위해 돈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이 완성되지는 않으니까요.

                                                                                                              

부와 명예,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목표 지향적인 인생 대신 삶의 다양한 영역을 고루 채워가는 균형 잡힌 인생을 살고 싶어요. 돈과 사업뿐만 아니라 건강과 가족, 끊임없는 공부와 인격 수양, 피할 수 없는 고독의 순간 나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오롯이 즐거움을 위한 놀이를 고루 중시하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



60대의 남자가 얼마나 섹시할 수 있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말합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요. 한 번뿐인 인생! 순간에 집중하는 삶! 조르바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음악과 춤을 사랑해요. 매 끼니 먹는 식사를 숭고한 의식으로 여기며 고기 한 점, 빵 한 조각, 포도주 한 모금에 흠뻑 취해 감탄합니다.


나는 오늘의 세 끼를 어떻게 먹고 어떤 하루를 보냈던가? 우리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가? 조르바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두려워하는 ‘나’에게 말합니다.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해나가면 되는 겁니다. 그저 해나가기만 하면 돼요!”


편의점 계약 기간은 채 몇 달이 남지 않았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최저 임금 1만 원 시대가 도래할 거예요. 우리는 누구보다 그 시대를 기다리고 희망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횡포가 함께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 합니다. 우리가 과연 내년에도 편의점을 할 수 있을지, 당장 1년 뒤의 일도 예측하기 힘든 불안한 오늘이지만 우리는 오지 않은 내일의 고민에 얽매이지 않기로 해요.

 

내일의 문제는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나는 오늘에 충실하게~!

                                                                                                            

함께여서 행복한 오늘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우리의 내일 또한 반짝일 거라 믿어요. 우리를 지지해주는 책들의 응원에 힘입어~! 우리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삶을 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하는 일이 하찮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