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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슬기 May 28. 2017

행복한 엄마의 시작, 좋은 엄마 버리기

위로 한 잔 (4) 나만 찾는 아이가 숨 막히고 도망치고 싶을 때



엄마를 위한 마법 카페, 위로 한 잔.
나만 찾는 아이가 숨 막히고 도망치고 싶을 때

(4)


(3) 편에서 이어집니다.




‘좋은 엄마는 이래야 한다. 좋은 엄마는 이런 엄마다. 좋은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지!’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 모두가 다른 모습인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들 모두가 다른 것이 당연한 데. 나는 왜 ‘좋은 엄마’라는 프레임에 나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을 쳤을까요? [좋은 엄마]라는 프레임은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든 억압과 차별일 뿐인데 말이지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야 당시 내가 처해있던 상황과 나를 억압하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어요. ‘적어도 만 세 돌까지는 엄마가 끼고 있어야 한다. 엄마 품보다 좋은 게 없다.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는 제정신인가? 아이는 기관에 맡겨두고 카페에 가서 차 마시고 쇼핑하고 수다나 떠는 엄마들은 맘충이다.’ 세상은 참 쉽게 말해요. 세상은 참 쉽게 양육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돌립니다. 일찍부터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싶은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기관이 아니면요? 나를 도와서 하루 단 1시간이라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기관 말고 대체 어디 있나요?









대한민국 엄마들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산후 우울증을 앓습니다. 제가 제 경험담을 이야기했을 때 저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한 엄마들을 본 적이 없어요. 모두가 입을 모아 나도 그랬노라고, 나도 그랬노라고. 너무 힘들었노라고, 살고 싶지 않았노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걸까요? 아이를 낳으면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신체적 질병일까요?


남편이 매일 저녁 6시에 퇴근해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어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내 직업과 경력 모두를 내던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 한 채 집 안에만 단절되어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이는 엄마 혼자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녀 양육의 책임을 오로지 엄마에게만 강제합니다. 그리고 포장하지요. '좋은 엄마', '숭고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요. 저는 제가 매우 주체적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세상이 강요하는 생각에 끌려 다니는 건 생각 없는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이 얼마나 우스운 생각인가요? 사실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세뇌당하고, 주입당하고, 처절하게 이용당하고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도, <센서티브>의 저자도 말합니다. 해야 한다는 말을 버리라고요.

should 대신 wish를 사용하기.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수많은 should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기.
마음을 비우자. 장대를 낮추자.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라. 불안과 두려움을 내려놔라.
“너는 ~를 해야 해.”하는 명령도, “네가 ~하기만 했으면 됐잖아.”하는 후회도, “~하면 안 돼.”하는 금지도 모두 버리자.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심어주고 자신감을 높이자.
나 자신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나의 결함을 특별함으로 전환하자.
나에게 자상하게 대하자.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달라지고 싶어요.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 갇혀 내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보여주는 책, 나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 공허한 내 가슴을 채워주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어찌나 소중한지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엄마라는 이름 아래 상처받고 아파하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잃어버린 나를 되찾아주는 한 권의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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