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의 품격있는 공간
좋은 책은 나를 좋은 공간으로 데리고 간다.
좋은 책은 작은 공간에 숨어있다.
어느새 나는 짧은 휴가를 이곳에 있기로 정했다.
오랜 고심과 깊은 사유를 통한 실행력이 아닌, 여기다 싶으면 바로 달려가는 그 곳.
일 년에 책 한권도 안 읽었던 나를 돌아보면 기적이다.
잡스러운 곳에 이제 나를 두게 되지 않는다.
그곳에 있으면 수많은 내가 가려진다.
우리는 다 천재로 태어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다 가려진 채로 가면을 쓰고 산다.
어느 날 가면을 벗고 싶었다.
누가 벗겨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누가 벗겨줬으면 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자다."
수많은 대문호들이 남기고 간 명언들을 모은 책들이 많다.
새 책은 새 책이 주는 냄새가 있고,
헌 책은 헌 책이 주는 냄새가 있다.
고유의 그 냄새는 오래도록 그 기억에 머물게 된다.
난 그 사람을 기억과 공간의 냄새로 안다.
그 공간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기억이 머문 그 공간은 나를 살아 숨 쉬게 한다.
나의 피가 샘솟고, 귀를 기울이게 하고, 홀로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를 배회하고 있다.
나의 공간은 나를 있게 해주고,
나의 공간은 나를 더 발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