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실존은 달의 본질을 앞세운다
일출을 본 지 몇 달이 지난 오늘.
지금과 같은 여름 햇살은 눈이 부셔 오래 즐기지 못한다.
내가 선택한 일몰의 찰나도 떠오르는 해만큼의 감동이 있을 수 있겠다.
요 근래 비가 와서, 촉촉한 기운과 흐린 날은 나를 약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노을은 끝내 모습을 감추고, 고개를 돌리자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달을 봤다.
오늘의 달은 어딘가 모르게 단단해 보이고 내가 스스로 강하다는 표현을 내뿜었다.
나는 달을 직시하고, 달도 나를 노려본다.
오래 자세히 그윽하게 봤다.
해는 오래 볼 수 없지만, 달은 질리도록 오래 볼 수 있다.
달을 오래 보고 있으면, 나를 위로해 주듯 "나는 네 편이야"라고 소리 없는 울림이 느껴진다.
아침엔 태양을 보고 뜨거운 포부를 갖고, 밤에는 달을 보며 내일의 소원을 빈다.
내가 없어도, 내가 등져도, 내가 잊어도,
해와 달은 실존한다.
해와 달은 늘 기다리고 있다.
해와 달은 늘 기다려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달에게 소원을 비는 이유다.
나에게 와서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 주고,
나에게 와서 조용히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어느새 뜬 달의 표정도 읽었다.
오늘은 내가 달의 옆구리를 토닥여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