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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 나 홀로

목적지 없는 기차역에 홀로 존재해본다

by 슬기

매번 허겁지겁 오는 곳은 기차역이다.

어릴 적, 기차 타는 설렘과 좋은 긴장은 지금까지의 여운을 고이 머물게 한다.

역을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매번 올 때마다 역의 기운은 두근거림의 연속이다.

늘 미리 와서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착되어 있다.

기차를 놓치면 무섭다.

버스를 놓치면 괜찮다.

내 속에는 나의 무늬가 많다.

이런 내가 많고, 저런 내가 많다.

언제나 당돌하고 배짱 있는 나도 쫄보가 된다.

아닌척하려고 자신감 있어 보이려 한다.

그것이 약간 충동이 나고 어긋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른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방정맞지 않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릴 적에는 어른이고 싶어 하는 기대가 컸지만,

어른이 되면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되살아난다.


가끔 엄마는 이런 말을 하신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내 해석으론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더 욕심내지 않는 마음으로 사는 삶이다.


기차를 탈 일이 전혀 없는 뻔한 일상에,

홀로 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써본다.

목적지만을 향해 내딛는 사람들의 발걸음만 바라보고,

나는 존재에 머물러본다.

수많은 군중 속에 나는 홀로 존재의 내면에 집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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