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립된 여자 3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다.

by 슬기

생경한 울림이 내 고막을 연다.

중년 남성들의 목소리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남성들을 향했다.

뒤덮인 안갯속에 사람의 형태는 경쾌한 등불을 밝힌다.

두려울 게 없고 무서울 게 없다.

이 아저씨들은 나를 도왔다.

쭈그러든 내 심장을 달래기 위해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비록 내 주차장은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 주차장으로 나를 인도했다.


내려오는 길에, 한 중년의 또 다른 낯선 이를 만났다.

내가 가는 그곳은 그 낯선 이의 어린 시절 고향이다.

그 주변의 느낌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금 반가웠다.

하지만, 이미 쭈그러든 심장 때문에 약간의 의심을 감췄다.

뭐든, 악조건에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맑은 정신을 일깨우는 게 중요하다.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당당한 자세로, 총기 있는 눈빛을 보였다.


오로지 드는 생각은 빨리 내 차로 가 몸을 식힌 후, 청국장찌개를 먹으러 가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했던 운동 덕분에 나의 오랜 공복의 배꼽이 긴장이 풀렸나 보다.

팔팔 끓는 뚝배기를 향한 이미지트레이닝을 계속 유지시켰다.


이미 낯선 아저씨와는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에..

나를 내 주차장까지 태워다 줬다.

차로 15분이 걸린다.

왜 이 산은 하나의 정상에서 만나 퍼지는 길은 왜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지..

나의 안심을 덜고 싶어 온갖 이야기를 다 꺼냈다.

산 이야기, 직장 이야기, 취미 이야기..

모든 뻔한 이야기는 금쪽같이 활용된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도 대화하는 기법은 단순하다.

'공감'을 낚으면 된다.

그 공감은 칭찬을 살짝 넣어주고, 긍정의 이야기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뭐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이다.

내 차의 모습이 보일 때쯤, 이 공감대는 안개 걷히듯 사라진다.


내 인생에서 순간의 기억이지만, 이 낯선 이들의 만남은 큰 재산으로 묻게 되었다.

청국장을 먹는 순간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함께 이 일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빗물이 묻은 신발의 잔재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