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물은 사건으로 나투어진 하나의 집합체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라고 생각했다.
궤변 같지만 삶이 울적하고 지금 현실이 힘들다면 에세이집, 자기 계발서가 아닌 과학 책 읽기를 추천한다.
누구의 반짝 성공을 잠시 들여다 보는 도파민을 등지고,
삶의 가치보다 객관적 사실을 볼 수 있는 과학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이 질문은 인문학적인 질문에 가깝다.
인생은 끝까지 나를 향해 걷는 여정이라고 하지만,
과학 책을 읽고 난 후의 또 다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으로 되어 있나?"
흔히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한 장소에 전자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사실은 인간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리학계의 거장인 리처드 파인만도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할 때 그 사람과의 사건을 기억한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일도, 여행도 사물이 아닌 관계와 사건, 그리고 느낌의 총체로 받아들인다.
미토스학파인 초기 그리스 철학자 중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했지만,
또 다른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의 근원은 원자이다"라고 말했다.
누가 근원을 이야기했든,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인류 천문학의 주류였지만,
근대 과학의 발전으로 케플러, 뉴턴의 '지동설'로 폐기되었다.
결국, 사물이 아닌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남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세상에 어떤 일(사건)이 벌어지는 지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물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사건은 변화한다.
세상이 끝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우리의 세상은 양자 사건들의 방대하고 엔트로피의 수학적인 법칙으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그물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