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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이제 엄마랑 살아요~!

방과후 컴퓨터시간

by 슬기롭게

"선생님, 저 이제 엄마랑 살아요! 그리고 1월에 전학가요."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멈칫하다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좋아요. 아빠가 때려서 엄마랑 살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있어도 이미 다 아는 얘기다. 친구들앞에서도 서슴없이 이야기를 하는 너를.

엄마꺼 키보드라며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너를.

천진난만한 너를.


아이코. 방과 후 컴퓨터 시간.

매시간 게임에 초점 없는 눈빛.

" 몇 시에 잤어? "

" 얘들아 너희 몇 시에 자?"


아이들마다의 사정을 일일이 간섭할 수도 물어볼 수도 없다.

다행이다. 아빠가 이제 안 때려서.

학교에 전달했었지만 다음번에 한 번 더 얘기해 달란 얘기를 두 번이나 들으며 안일한 대응에 황당했다.

아이들이 겪었을 불안이 얼마나 클까.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봐요.

잘 성장했으면.


" 선생님 때문에 맞았잖아요."

" 일부러 저 맞으라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


게임만 하길래 수업내용을 코딩(게임만들기)엔트리로 바꿔줘도 한달정도 유지되다가 도루묵이었다.


아이고. 웃으며 나누었던 통화가 매로 이어졌다니.

아빠가 때리는 줄 몰랐다.

참으로 어려웠다. 엄마랑 살게 되었다니 기뻐하는 널보며 '네가 행복하다면 그게 최고지.'


6학년이 되는 아이들도 벌써 이별준비다.

중학교 생활 즐겁게 하길 바래.


문제없는 가정이 없겠지만 정말 해결하기 힘든 상황들이 참 많은듯하다.

너에게 해줄수 있는건 다정한 말 한마디 뿐.

"잘됐다." 라고 얘기해줘야했을까.

미소만 보내고 왔다.

"얘들아~ 옷따뜻이 입고 숙제는 안아프기! 다음주에 만나."


남매가 잘 성장하길!

10초만 이 아이와 비슷한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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