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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고통화

by 슬이

생존의 가치에 대해 숙고하는 버릇은 정말이지 나를 괴롭게 한다. 결국엔 괴로움이 고통이 되는 결과값까지 습관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자기만족 사이의 충돌은 나를 파괴하고 나는 결국 어떻게 해서도 무엇조차 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순간의 고통이고 또 언젠가는 존재하길 잘했다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알지만, 그 안도 또한 순간이기에. 희망을 갖다가도 금세 다시 절망이기도.

타인의 기대에 맞서 '내 것'을 찾아가자 싶다가도, 내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길 기대하는 늙은 두 쌍의 눈을 보면 다시금 마음을 접게 된다. 그렇게 나는 요즈음 내가 내가 아니다가, 가끔은 나인 것 같다가,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도 같다가, 너무 잘 알아서 이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만 흔들리고 싶다. 흔들리는 아침은 어둡고 흔들리는 밤은 또 너무 밝다. 때문에 내 하루엔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마음껏 흔들리다보면 이 고통이 외부의 첨탑때문인지 아니면 이 또한 나때문인지 분간이 안되는 시간이 찾아온다. 고통의 초반엔 외부를 곧잘 탓한다. 그러나 결국은 나를 탓한다. 내 내면을 탓하는 것은 나의 특기. 나를 원망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 그러나 이내 곧 그래선 안된다는 이상적인 자아와 충돌한다.

그럼 또 아, 새로운 고통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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