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가치에 대해 숙고하는 버릇은 정말이지 나를 괴롭게 한다. 결국엔 괴로움이 고통이 되는 결과값까지 습관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자기만족 사이의 충돌은 나를 파괴하고 나는 결국 어떻게 해서도 무엇조차 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순간의 고통이고 또 언젠가는 존재하길 잘했다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알지만, 그 안도 또한 순간이기에. 희망을 갖다가도 금세 다시 절망이기도.
타인의 기대에 맞서 '내 것'을 찾아가자 싶다가도, 내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길 기대하는 늙은 두 쌍의 눈을 보면 다시금 마음을 접게 된다. 그렇게 나는 요즈음 내가 내가 아니다가, 가끔은 나인 것 같다가,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도 같다가, 너무 잘 알아서 이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만 흔들리고 싶다. 흔들리는 아침은 어둡고 흔들리는 밤은 또 너무 밝다. 때문에 내 하루엔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마음껏 흔들리다보면 이 고통이 외부의 첨탑때문인지 아니면 이 또한 나때문인지 분간이 안되는 시간이 찾아온다. 고통의 초반엔 외부를 곧잘 탓한다. 그러나 결국은 나를 탓한다. 내 내면을 탓하는 것은 나의 특기. 나를 원망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 그러나 이내 곧 그래선 안된다는 이상적인 자아와 충돌한다.
그럼 또 아, 새로운 고통의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