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여중생

흔한 운동부 선후배 군기 얘기가 아닙니다.

by 김슬기

2007년, 지금으로부터 18년.

그 당시 내 나이는 열다섯.


내가 들어간 골프부의 감독님은 원래 야구선수 출신이었다.

당시엔 야구선수들이 골프로 전향하는 일이 제법 흔했기 때문에, 그 사실 자체가 특별히 놀랍진 않았다.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지 못한 채.


하지만 우리 팀의 가장 윗코치님 역시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야구선수 출신이었고, 그런 분들이 중심이 된 팀이다 보니 훈련 방식도 다른 팀 선수들이나 골프부와는 분위기가 꽤 달랐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단순히 흔히 알려진 운동부 선후배 군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은 중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코치님들의 말씀은 곧 법이었다.

아니 법보다 더 무서웠다.


이제, 우리 골프부의 "특별한" 생활이 어떻게 달랐다는 건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큰 목소리 + 대답은 다나까로만.


해병대 출신 코치님의 영향이었는지 우리는 모든 대답을 큰소리 + 다나까로만 했어야 했다.


'네'로 끝날 수 있는 답변도 '네'로 끝내선 안된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이유를 여전히 기억한다.


"네가 '네'라고 하면 내가 '네?'인지 '네.'인지 어떻게 아냐?"

그래서 우린 항상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어야 했다.

그리고 어쩌다 우리 중 누군가 실수로라도 그 규칙을 어기면 그 자리에 있던 모두 뺑뺑이를 돌아야 했다.



"누가 여기다가 빽 이렇게 세워놨어?"


"네?"

(‘죄송합니다. 잘못 들었습니다 ‘라고 했어야 한다.)


"네??"


"아!.. 죄송합니다!"


"...... 선착순"

순식간에 긴장되는 공기....


"저기 버스정류장까지.. 선착순 한 명"

나만 아니면 돼!..

우리는 정확히 이런 모습으로 장소를 불문하고 코치님 입에서 "선착순" 이 흘러나오면 뛸 태세를 갖춰야 했다.

이건 단순히 뛰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나로 인해 뛰게 되는 모든 순간, 보지 않아도 이미 느껴지는 선배들의 매서운 눈초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희미하게 들리는 짜증 섞인 탄성은 어떤 선배인지 순식간에 머리를 굴리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코치님은 성에 차는 볼륨이 아닐 때면 매우 짜증 난 표정을 지으며

“뭐? 야, 네가 내 여자친구야? 왜 속삭여?!”


라거나,


“지금 나보고 가까이 와서 들으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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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프로 15년차. 타고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치열한 스포츠 세계 속에서 버티고, 부서지고, 다시 회복해온 이야기를 씁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 다른 것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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