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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Nov 25. 2017

#2 나에게 금요일 밤이란.

31살 하루 일기

2017.11.24 금


불금.

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금요일을 불금이라고 불렀을까?


 오전 9시 15분쯤. 난 빽빽한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교대역에서 내려 3호선 신사역으로 갈아타기 위해 분주히 걷고 있었다. 걷고 있는 그 순간에도 내 핸드폰은 여기저기에서 알려오는 다양한 소식과 인사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 들어가기 전에 직장인이 만들어낸 애환이 담긴 카톡들이 요란을 떤다. 막상 내용을 보면 시시콜콜한 농담들이지만 이 농담으로 통해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내게 될 자신들의 처지를 위로한다.

 나 역시도 그 부류에 껴서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 "오늘도 힘내자!"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한 카톡방에서 "오늘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불금이닷!"라는 카톡이 올라왔고 사람들이 이 말에 크게 동조하며 기뻐한다.

그렇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이라는 요일에는 왠지 마법같이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날이다. 금요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글 속에는 약간의 흥분과 내일은 쉴 수 있다는 안도감에 아늑함마저 느껴진다.


 대체 얼마나 뜨겁길래 금요일을 불금이라고 부를까? 금요일이라는 자체가 뜨거운 건 아닐 것이다.

(만약 요일이 뜨겁다면 일요일(SUNday)이 가장 뜨겁지 않을까? 열병이라도 나야 월요일에 병가라도 쓸 수 있을 테니깐.)

 불금을 보내는 사람들이 뜨겁기에 불금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정말 궁금하다.

대체 어떻게 금요일을 보내야 뜨겁게 불금답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출근하자마자 그동안 '싫어병'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스케줄을 다시 점검하고 밀린 일을 처리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세미나까지 약 2시간 정도 여유가 있길래 시간을 쪼개서 외근도 다녀왔다. 그리고 바로 세미나에 참여하여 6시까지 열띤 토론을 했다. 세미나 끝난 후 이어지는 회식자리. 맛갈나는 족발에 쏘주가 당길만하다만 소주 한잔으로 회식을 끝냈다. 그리고 업무시간?이 끝난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이지만 날 찾아준다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대를 하고 회사로 잠시 들어가 일을 처리해줬다.

그리고 찾아오는 고요함. 모두가 퇴근한 회사는 너무나 고요했다. 업무시간 동안 뜨거웠던 이 장소는 텅 비어 있지만 이 장소에 함께 했던 분들의 뜨거운 열망의 온기는 여전히 느껴진다.


불금. 불금을 꼭 술을 마셔야 하고, 일탈을 해야 하고, 이성과의 만남을 가져야만 불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술도, 일탈도, 이성도 만나지 않았지만

분명, 난 뜨거운 금요일을 보내고 있다.



생각하지 말라! 생각은 창조의 적이다. 생각은 자기의식적이며, 자기의식적인 것은 모두 흥미가 없다.

생각을 하려고 들지 말자. 그저 움직이자.

- 레이 브래드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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