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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Nov 26. 2017

#3 나를 행복하게 만든는 것

31살 하루 일기

2017. 11. 25. 토


수고한 하루만큼 무언가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난 그 보상으로 나에게 늦잠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느긋하게 11시 그 언저리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밥 대신 차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물이 끓을 동안 머리를 두어 번 글쩍이며 손이 가는 대로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긴다. 그렇게 충분히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칼같이 눈이 떠진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30분. 분명 알람을 껐는데 왜 이 시간에 눈이 떠진 건지 약간 짜증이 났지만 그 짜증은 잠시 내 마음속에 머물다 떠나간다.


 고요한 토요일의 아침.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내 기분은 썩 나쁘지 않다.

나는 어제 계획한 대로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차를 마실 준비를 한다. 그리고 책상과 책장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책 중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쓰~윽 훌터본다. 대부분 한 번씩 읽었던 책들이라 그냥 넘겨봐도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렇게 난 어제 계획한 대로 시간을 보낸다.


무언가 특별하고 신나는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 평범한 일정이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후 2시 약속.

 약속 장소에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처음 뵙는 분들이 있었다. 어쩌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이어진 술자리. 남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이성 이야기, 군대 이야기, 건강이야기, 투자와 부자 이야기 등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쓴 소주잔에 담겨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리고 나온 이야기.

'행복'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에서 나온 뜻밖의 주제였다. 하지만 나의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대부분 행복하길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각자의 바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돈, 명예, 인정, 앎, 자존감 등 이 밖에도 다양한 기준의 행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던져지는 질문.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잠시 고민해본다. 최근 나를 행복하게 만든 것이 무엇일까?

친구를 만나는 것?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금전적인 이익? 주변으로부터 받는 인정?

이 모든게 나에게 영향을 주고 행복감을 준 것들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강하게 나를 자극하고 나를 온전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물론 글 쓰는 행위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글을 쓰며 나의 내면을 볼 수 있기에 행복하다.

글을 쓸 때 나는 온전히 나만의 세상에서 살게 된다.  

허울과 허상으로 둘러싸인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직시하게 된다.  

 그 동안 숙명처럼 도전하고 개척하고 실패하고를 무수히 반복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고 그 안에서 성취감과 상처도 받았다. 특히 이 상처는 딱딱한 굳은살이 되어, 지금은 나를 지켜주는 두꺼운 갑주가 되었다.


 두꺼운 갑주는 세상이 나에게 주는 날카롭고 강력한 공격으로부터 매우 효과적으로 나를 방어해줬다.

하지만 두껍고 무거운 갑주는 나를 너무 쉽게 피로하게 만는다.

가끔은 이런 갑주를 벗어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쉽게 벗어 놓지 못했다. 중요한 건 분명 옛날에는 갑주를 벗는 방법을 알았지만 최근까지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혹은 스스로 외면하고 있던지...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두꺼운 갑주는 나를 지켜주지만 나와 함께하는 타인의 상처를 안아주고 나의 온기를 전달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건 나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이웃들로부터 내가 존재하게 된다는것을 느끼게 됨으로써 나는 나의 갑주를 벗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약간의 용기와 함께.

나는 지금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온전한 행복감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이로써 나의 무거운 갑주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희망하며 지금도 용기를 낸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파울로 코엘료_ 연금술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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