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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Dec 06. 2017

#5 간절함

31살 하루 일기

 요즘 내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31살이 끝나가는 이 마당에 이토록 시린 고비가 남아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죽어도 못 고칠 것 같았던 나의 고집을 내가 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죽어도 약한 모습을 감추고 싶어 하던 나였지만 하나 둘 내려놓으면서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어쩌면 그동안 난 내가 보고 싶은 나의 모습만 단편적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이런 편협한 나의 시야와 사고는 나의 행동을 결정해 왔고 그 행동의 결과로 겉으론 멀쩡하지만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올라오는 문제들이 마치 오랫동안 묵혀 있던 이무기 마냥 마음 한가운데에 똬리를 틀고 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이무기가 나쁜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새로운 곳을 갈망할 때면 언제나 날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준 고마운 존재이다. 단, 그때마다 이무기는 나에게 대가를 원했고 그 대가로는 나의 원동력인 꿈, 열정, 끈기 아마 이 3가지 중 한 가지를 원했던 것 같다. 이때마다 난 고민에 휩싸였다.


꿈, 열정, 끈기 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나에게 꿈은 나의 존재의 이유이며 평생을 다해서라도 반드시 완성해야 하는 나의 인생 과업이다. 그러니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나에게 열정은 기름과 같은 존재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때 거침없이 다릴 수 있도록 해주는 원료였다. 그래서 난 언제나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그게 나의 꿈에 한 발이라도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끈기는 어딜 가나 묵묵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맷집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끈기는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이며 본성이라 생각했다.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그래서 언제나 이무기의 먹잇감으로 나의 끈기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난 깨달았다. 끈기는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을 눈치 차린 순간 열정도 꿈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잡힐 것 같지만 절대 잡히지 않는 신기루가 되어 버렸다. 적어도 최근까지 그래 왔다.


스무 살 후반에 어떻게 지내왔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참 숨 가쁘게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린 날 발견할 수 있었고 꿈보다는 현실에 목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어설픈 어른이 되어버린 난 꿈은 저 멀리 하늘에 있는 별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어쩌다 31살이 되어 버렸고 이제 32살이 되어버릴 나를 보며 꿈을 이루기엔 이미 늦었다.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꿈을 그저 꿈으로... 동경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날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 있다. 꿈, 열정, 끈기. 이 3가지 자원 중 이번만큼은 나에게 끈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묵묵히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끈기가 지금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그렇게 묵묵히 걸어갈 때마다 나의 끈기는 담금질이 되어 간절함이 될 것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간절함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간절함, 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간절함, 이 일이 나의 꿈의 연장선이라는 간절함, 나는 죽어있지 않고 살아있다는 간절함,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간절함. 난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라는 간절함.


어쩌면 나의 마음속에 똬리 틀고 있던 이무기가 그토록 끈기를 먹어왔던 이유는 용이 되어 승천하길 간절히 원해서 그랬던건 아니였을까?!


자정이 지난 지금

나의 마음이 꿈틀거린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깨부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부서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깨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죽고 만다. - ego is the enemy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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