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Dec 07. 2017

#6 특별한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때.

31살 하루 일기

  요즘 유난히 2호선에 사람들이 많다.

 이틀 전에 평소처럼 나왔지만 내가 도착하고 싶었던 시간 내에 회사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 평소보다 10분 더 일찍 나왔지만 역시나 내가 도착하고 싶었던 시간 내에 도착 못했다.

그리고 오늘, 평소보다 15분이나 더 빨리 나왔지만 역시나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아마도 9호선이 파업해서 그런가 싶다.


 그렇게 매일 아침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 틈에 껴서 지하철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출근한다. 그런 나와 사람들을 보면 한 번씩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타있지만 단 한 사람도 미소를 띠거나 웃거나 신이 났거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모두 다른 이름, 다른 성격, 다른 직업, 다른 고향, 다른 취향, 다른 얼굴, 모든 게 다 다른데 다들 같은 얼굴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눈을 감거나, 인상을 쓰거나, 자거나, 핸드폰에 열중하거나...


 그렇게 한참을 나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문득 지하철 창문에 비치는 나를 바라본다.

나도 다르지 않다.  

창문에 비친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내가 같게 느껴진다.

 기분이 묘하다. 처음 본 아니, 어쩌면 매일 봤을 수도 있는 지하철 2호선 사람들에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안도감과 약간의 위로감도 찾아온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언제나 꿈을 좇는 사람이었고, 내가 가진건 열정뿐이라 믿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가 특별하다고 믿어왔다. 특별함은 나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구분 짓는 나만의 기준이었다.

  이 특별함에 약간의 지식과 편향된 경험 그리고 작은 용기로 시작된 행동이 더해지자 재밌게도 뜻밖의 결과와 의외의 성과가 나왔다. 나는 이런 성과를 보며 밖으론 겸손을 안으론 교만을 부렸나 보다. 그래. 아마 나의 허세는 이때 완성되었나 보다.

 그리고 지금, 심각했던 열병을 이겨내는 과정에 있는 난, 지하철 2호선에 타있는 보통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하철을 따라 흔들리는 몸짓과 표정으로 통해 나에게 싸인을 보내온다.


"어이 ~ 어깨에 힘 좀빼~ 굳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항상 특별해지기 위해 자학할 필요까진 없잖아~"  


  그 순간 함께 있던 지하철 2호선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특별함이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말 필요한 시기에 특별함을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그게 직장 안에서든 가정 안에서든 친구들 안에서 든 몰입과 열망이 가득한 곳에서 발휘하기 때문에 특별할 수 있는 거라고 나에게 말해준다.


 그렇다. 나는 어쩌면 특별함의 매력에 중독되어 더 강한 자극의 특별함을 찾으며 진심으로 내가 그런 존재가 되길 희망했나 보다. 하지만 그 진심은 나에게 숨겨져 있던 허세로 통해 왜곡되어 버렸다. 그렇게 스스로 나의 특별함을 식상함으로 바꿔버리고 이걸 되찾고자 그렇게 괴로워했나 보다.


 나는 다시 특별해지고 싶다. 허세에 취해 특별함에 중독되어버렸던 껍데기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내면에 집중하여 가장 나 다운 모습으로....

아마도 그 첫 단추가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즐기길 31살의 나에게 기대해 본다.



당신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목적을 가져야 하고 현실주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친 열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 ego is the enemy 중


 



 

    

  



작가의 이전글 #5 간절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